K-배터리 3사, 공급 과잉 우려에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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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 공급 과잉 우려에 ‘경고등’

투데이신문 2026-01-21 10:42: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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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장기화되며 공격적으로 생산 설비를 증설한 국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배터리 생산능력이 수요를 앞서 있는 데다, 주요 배터리 업체의 수주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며 ‘구조적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국내 배터리 산업의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최근 국내 배터리셀 3사, 배터리 소재 기업 경영진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업계 위기 상황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배터리셀 3사 체제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업계에 구조조정을 주문한 점을 고려했을 때 배터리 업계에도 비슷한 수준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산업부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부 장관은 배터리 업계의 현 상황이 지금의 석유화학업계와 같이 흘러가지 않도록 다양한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며 “자발적 구조조정을 전제로 정부가 지원하거나, 배터리 기업 수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는 캐즘 장기화로 인해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불황의 진원지는 미국이다. 산업연구원 황경인 실장은 “3년여 전에는 전기차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현재는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배터리 기업의 주 수요처인 미국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후퇴하며 수요가 급격히 줄었고, 당분간은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 시설 지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 시설 지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줄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직격탄을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포드(9조6030억원), FBPS(3조9217억원)와의 계약을 해지하며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수주 실적이 백지화됐다. 지난 5일에는 GM과의 미국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테네시 공장 가동도 중단했다.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1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SK온의 실적 전망도 불투명하다. 최근 충남 서산 3공장의 증설 계획을 1년 연기하기로 발표했고, 미국 포드와 만든 배터리 합작법인을 청산하며 결별을 선언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124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삼성SDI는 계약 구조를 손보거나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지 않고 기존 사업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3분기 591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구조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SK증권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셀 3사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650GWh에 달한다. 지난해 1~11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전체 탑재량인 415GWh를 웃도는 수치다. 

공급 과잉은 가동률 하락으로 직결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3분기 공장 가동률은 50.7%에 그쳤고, SK온도 52.3%로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SDI는 중대형 배터리 가동률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소형전지 평균 가동률은 49%로 집계됐다.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전경. [사진=SK온]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전경. [사진=SK온]

배터리 업계는 최근의 실적 부진이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 충격’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설비를 전환하며 어쩔 수 없이 가동률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긴 했지만, 자율주행 차량은 기본적으로 전기차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수요 회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없앤 영향으로 판매가 50% 이상 줄었다”며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정책이 급격하게 변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업계는 ESS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해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의 ESS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업계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황경인 실장은 “전기차 수요가 다시 늘어나려면 자율주행 혁신이 강하게 일어나거나, 생산 기술의 고도화로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가장 중요하지만, ESS·휴머노이드·UAM 등이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수요를 이끌며 공급 과잉 이슈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체형 ESS 솔루션 삼성 배터리 박스. [사진=삼성SDI]
일체형 ESS 솔루션 삼성 배터리 박스. [사진=삼성SDI]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가 국가 전략 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S·로봇·IT 등 미래 산업에서 배터리가 필수인 분야가 많다”며 “국가 전략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연구 시설 투자 지원 등 실질적·직접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도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또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일부 구조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황 실장은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부진을 이겨내고 질적 성장을 이룬 조선업계가 배터리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 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불황의 수렁에 빠졌다. 당시 조선사들은 태양광·풍력 등 다각화 사업을 정리하고 자구 계획을 실행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불황 극복 과정에서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고부가가치 선종과 친환경 선박 위주로 산업을 재편했다. 이는 경쟁국인 중국·일본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황 실장은 당시 조선 업계와 현재 배터리 업계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양산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한국·중국·일본 등으로 한정돼 있고, 미국 주도의 공급망 체계에서 한국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 산업이 불황을 딛고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함께 한 단계 성장했듯 배터리 산업에도 기회가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황 실장은 “우리가 시장을 주도할 기회가 열려 있는 만큼, 기업이 잘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건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일부 구조조정을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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