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합법화, 누가 웃고 누가 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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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합법화, 누가 웃고 누가 우나

한스경제 2026-01-21 10:4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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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전시현 기자 |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토큰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 자산을 조각내 거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환호하고 있는 반면 기존 조각투자 스타트업들은 생존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 증권사, 신규 수익원 확보 '청신호'

NH투자증권·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에 금지됐던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사 유통을 허용한 것이다. 법무법인 율촌 분석에 따르면 투자계약증권은 공동사업에 투자하고 사업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 받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한 종류로 현재는 미술품 전시·관리·매각 사업, 한우 축산 사업 관련 투자계약증권이 주로 발행되고 있다.

기존에는 비정형적 특성을 고려해 유통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아 증권사를 통한 유통을 금지해 왔으나 이번 개정으로 증권사가 투자계약증권을 중개할 수 있게 됐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유통 플랫폼 역할로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며 "토큰증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 두 자릿수 이상의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국내 증권사의 전체 수수료 수입은 약 12조원이었다. 만약 토큰증권 시장이 예상대로 커진다면 증권사들은 기존 주식·채권에 더해 부동산·미술품·음악 저작권까지 중개하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2030년까지 36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의 움직임은 빠르다. 키움증권은 이미 4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HTS·MTS 플랫폼 '영웅문'을 보유하고 있어 초기 시장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에 디지털 전문 법인 '디지털 X'를 신설해 글로벌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 중이다. 유안타증권은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마켓 리딩 그룹'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수년 전 이미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 투자자 보호 위한 발행요건 엄격...조각투자 스타트업, 생존 경쟁 

이번 개정안은 토큰증권 발행을 위한 법적 틀도 구체적으로 마련했다.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전자증권법 개정안은 분산원장을 증권 계좌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토큰증권 발행인은 10억원 이상 자기자본, 충분한 인력·전산설비, 이해상충방지체계 구축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율촌 측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정보의 무단 삭제·변경을 방지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그동안 규제 샌드박스(금융당국의 특례)로 시장을 개척해온 '피스(PIECE)'·뮤직카우·비브릭 같은 스타트업들은 이제 자금력과 고객 기반을 갖춘 증권사들과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법안 통과 소식에 갤럭시아머니트리·케이옥션·서울옥션 등 조각투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초기엔 테마주로 주목받겠지만 장기적으론 증권사와의 경쟁력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셀스탠다드(피스 운영사)는 "특정 자산을 토큰화해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는 데 4~6주가 소요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멀티에셋 전략으로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뮤직카우는 "K팝 기반 음악저작권은 MZ세대에 친화적이고 반복적 수익 구조를 갖춰 차별화 요소"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브랜드 파워와 자금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개업자·소형 플랫폼'에 타격...부동산·미술품 중개업계도 긴장

토큰증권 합법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쪽은 개인 중개업자와 소형 조각투자 플랫폼 기업이다.

그동안 법적 회색지대에서 부동산이나 미술품 조각투자를 중개하던 개인 사업자들은 이제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됐다.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못하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

기초자산 확보가 어려운 소형 플랫폼들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조각투자 시장에서는 미술품(투게더아트·열매컴퍼니)과 한우(스탁키퍼) 정도만 사업을 유지 중이며 모집금액에 비해 청약률은 낮은 편이다.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제도화 지연으로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접었다"며 "앞으로 증권사들이 본격 진입하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부동산 중개업소와 미술품 갤러리 같은 전통적 중개업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토큰증권이 활성화되면 부동산이나 미술품을 '통째로' 사는 대신 '조각'으로 사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굳이 건물 전체를 사지 않고 토큰으로 쪼개서 살 수 있게 되면 기존 중개 시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술품 경매업계도 마찬가지다. 갤러리 관계자는 "고가 미술품을 한 명이 사는 대신 수백 명이 나눠 사게 되면 우리 같은 중개업자들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IT 플랫폼 기업, 중간 수혜 기대

증권사도 조각투자사도 아닌 IT 플랫폼 기업들은 양쪽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아이티센글로벌·핑거·유라클 같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들은 토큰증권 발행·거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장이 커질수록 이들의 일감도 늘어난다. 법안 통과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상승한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분산원장 기술이 도입되면서 증권계좌 관리, 스마트 컨트랙트 활용 제고 등이 예상된다"며 "특히 조각투자증권(신탁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과 같은 신종 증권은 기초자산 및 프로젝트와 연계된 수익분배, 인센티브 제공 등 권리 내용이 상대적으로 비정형적인 증권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대폭 늘어난다. 수십억원 하는 강남 빌딩이나 수억원짜리 명화를 수십만원에 쪼개 사는 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 규제상 일반 투자자는 연간 20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금융위원회가 필요한 경우 투자자의 투자목적, 재산상황, 투자경험, 증권의 종류 등을 고려하여 투자자별 장외거래 투자한도를 정하여 고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업계에서는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정착하려면 투자 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치 평가 문제도 걸림돌이다. 부동산은 그나마 감정평가 제도가 있지만 미술품·지식재산권 같은 비정형 자산은 가치를 매기기 어렵다. 사기나 과대광고 위험도 상존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등 안정적 자산으로 시작해 점차 음악 저작권, 선박금융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초기엔 유동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 내년 본격 시행...업계 재편 가속

금융위원회는 내달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2027년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나설 예정이다. 법무법인 율촌에 따르면 법 시행 즉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시장참여자, 학계 전문가 등으로 토큰증권 협의체를 구성하여 세부제도를 설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남은 1년을 시장 선점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선 신탁수익증권·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 중심으로 시장을 키운 뒤, 장기적으로 주식·채권 등 전통 증권도 토큰 형태로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법무법인 율촌은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과 관련된 법률 차원의 제도적 틀은 마련되었으나 실제 시장에서 토큰증권이 발행되고 거래되기 위한 유통 인프라가 어떠한 구조로 구축될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투자계약증권, 신탁의 수익증권의 발행·유통 관련 인가단위를 신설한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이에 따른 투자중개업(장외거래중개업 등)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투자계약증권 등의 장외거래소 인허가와 관련한 컨소시엄 형태의 후보자들에 대한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인데 심사 과정에서 발행 관련 투자중개업자의 사업 형태 허용 범위 관련 이슈들이 있고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향후 발행 및 유통 인프라의 인가 구조와 시장 질서가 어떠한 방향으로 형성될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초자산 평가 체계 마련, 유통시장 활성화, 투자자 보호 장치 보완 등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된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토큰증권 시장의 성공은 결국 투자자 신뢰 확보에 달렸다"며 "초기 단계에서 부실 상품이 나오면 시장 전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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