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언제나 더하는 기술로 설명되어 왔다. 더 바르고 더 먹고 더 관리하는 방식 말이다. 그러나 인류의 식탁을 오래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선택이 반복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빛나던 순간의 여성들은 오히려 비웠고 덜 먹었으며 몸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허락했다.
오늘날 몸속 독소 배출(디톡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식문화는 최신 유행이 아니라 오래된 지혜에 가깝다. 세계 곳곳의 여성 서사와 음식 문화를 따라가며 비움이 어떻게 아름다움의 조건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더 많이 채우지 않아도 충분히 빛날 수 있었던 식탁의 역사 그 조용한 비밀을 풀어본다.
몸을 비우는 기술은 오래된 여성의 선택이었다
‘디톡스’라는 말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지만, 몸을 비우는 행위 자체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생활 지혜 중 하나다. 과거의 여성들은 체중계나 영양 성분표 없이도 몸의 변화를 감지하고 식탁을 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거나 삶의 국면이 전환될 때, 이들은 자연스럽게 식사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고대 인도의 생활 철학 아유르베다는 몸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았다. 무엇인가가 쌓이면 다른 무엇인가가 막힌다고 믿었다. 그래서 음식은 늘 ‘덜어내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전설 속 인도 여성 파드미니는 기름진 요리 대신 강황을 넣은 콩 요리와 묽은 스튜를 먹으며 몸의 균형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강한 향신료는 소화를 자극했고, 단순한 조리는 몸의 부담을 줄였다. 이는 미용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삶을 오래 지속하기 위한 방식이었다.
중동 지역에서도 비움은 중요한 덕목이었다. 단식은 신앙의 행위였지만 동시에 몸을 재정비하는 시간이었다. <아라비안 나이트> 의 셰헤라자드는 화려한 이야기로 기억되지만, 식생활에서는 극도로 절제된 상징으로 남아 있다. 대추야자 몇 알과 허브를 우린 차, 얇은 빵 한 조각은 몸을 무겁게 하지 않으면서도 하루를 버틸 에너지를 제공했다. 최소한의 음식으로 최대한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아라비안>
이처럼 오래된 식문화 속에서 아름다움은 꾸미는 결과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상태를 뜻했다. 비움은 포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이었다.
나라별로 다른 디톡스의 얼굴들
디톡스 음식은 나라별로 모습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연과 생활환경을 닮아 있다.
일본에서 몸을 비우는 음식은 대개 물과 가까운 재료에서 나온다. 다시마, 미역, 톳 같은 해조류는 일본 식탁에서 ‘정리용 음식’으로 쓰여 왔다. 과식한 날의 다음 끼니는 맑은 국과 해조류 반찬으로 채운다. 전설적인 여성 시인 오노노 고마치가 담백한 국과 바다 채소를 즐겼다는 이야기는 일본 미의 기준이 외형보다 기운과 흐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안데스 고산지대에서는 디톡스가 생존과 직결됐다. 잉카 지역 여성들은 고기를 자주 먹지 않았다. 대신 퀴노아와 허브차로 식단을 단순화했다. 카모마일이나 민트, 고산 허브를 우린 차는 몸속 열을 조절하고 호흡을 편안하게 했다. 고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과식이 곧 피로로 이어졌기 때문에 비움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프랑스식 디톡스는 극단을 경계한다. 프랑스 여성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기간’보다 ‘부담 없는 식사’를 선호한다. 요거트, 베리류, 채소를 오래 끓인 수프는 위장을 쉬게 하면서도 식사의 만족감을 남긴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식단을 단순화하며 활동량을 조절했던 방식은 프랑스식 자기관리의 전형으로 자주 언급된다.
북유럽에서는 디톡스가 장 건강과 연결된다. 발효 유제품과 절인 채소는 몸을 비우는 동시에 균형을 되찾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설탕과 밀가루를 줄이고 발효 식품을 늘리는 식습관은 체중보다 컨디션을 기준으로 한 선택이다. 추운 기후 속에서 몸을 혹사하지 않기 위한 지혜였다.
한국 역시 오래전부터 비움의 음식을 알고 있었다. 미음, 맑은 국, 나물은 몸이 지쳤을 때 선택하는 음식이었다. 명절 뒤 국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문화는 현대적 의미의 디톡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움이 남기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균형이다
세계의 디톡스 음식 문화를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가 드러난다. 비움은 참아내는 행위가 아니라 몸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무엇을 끊어낼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내면 편안해지는지를 아는 감각이 중요했다.
과거의 여성 아이콘들이 실천한 비움은 유행이나 도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일상의 리듬이었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 디톡스가 종종 극단적인 방법으로 소비되는 것과 달리, 전통 속 비움은 느리고 현실적이었다.
아름다움은 더 많은 것을 더했을 때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았을 때 몸과 마음이 다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세계의 디톡스 음식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 왔다.
비운다는 것은 비어 있다는 뜻이 아니다. 균형을 되찾았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균형은 오랜 시간 여성들의 식탁 위에서 반복되며 다듬어져 왔다.
☞디톡스(Detox)=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일. 주로 식이요법을 통해 간과 장의 기능을 회복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아유르베다(Ayurveda)=고대 인도의 전통 의학 체계이자 생활 철학. 몸과 마음의 균형을 중시하며 식생활과 명상을 강조한다.
여성경제신문 전지영 푸드칼럼니스트 foodnetwor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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