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치앙마이(태국)] 김희준 기자= 이정효 감독은 선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능하다. 광주FC 선수들은 이 감독의 손길을 거쳐 더 좋은 선수가 됐다. 엄지성과 정호연 같은 유망주는 물론 이순민이나 김경민 같이 이미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들에게도 황금기를 선사했다. 이 감독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 감독을 떠난 선수가 새로운 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이 감독은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수원삼성 부임 후 전지훈련에서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되 단점에 매몰되지 않고 장점만 보려 노력한다. 그래야 선수의 앞날을 볼 수 있기 때문이고, 선수가 장점을 계발하려 끊임없이 시도할 때에야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박지원 선수가 있다. 엄청나게 스피드가 좋고 공격적이다. 그런데 성격이 약간 소극적인 것 같기도 해서 경기장에서는 적극적으로 1대1 돌파를 하라고 권유한다. 뺏겨도 좋으니 마음대로 실컷 해보라고 한다.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방법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더 잘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5분에 100%를 쏟아붓는 선수가 성장이 더 빠르다. 그런 선수는 5분 만에 쓰러질지언정 다음에는 6분, 7분 할 수 있다. 반면 10분을 가늘게 끌고 가는 애들은 10분 이상을 못한다. 장점만 본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그런 취지다. 드리블을 잘하는데 드리블을 안 하면 이 선수가 상대를 제칠 수 있을까? 안 뺏기려고 안전하게만 플레이하면 선수는 성장이 멈춘다. 그런 선수들은 앞이 보인다. 그래서 더 끄집어내려고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 감독이 광주에서 보인 육성 성과는 이 감독과 수원의 시너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수원에 미처 꽃피우지 못한 재능들이 있기 때문도 있지만, 매탄고등학교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매탄고등학교 축구부는 수원 U18팀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2020년을 전후해 매탄고 출신들이 수원 1군에 속속 진입하면서 체계가 공고해졌다. 2022시즌 수원에서 두각을 나타내 유럽 진출에 성공하고 국가대표 선수가 된 오현규가 대표적이다.
이번 전지훈련에도 매탄고 출신 선수들이 있다. 아직 이 감독이 수원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구단이 추천한 매탄고 출신 선수 3명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켰다. 지난 18일(한국시간) 태국 치앙마이 전지훈련 현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이 감독은 이들을 포함해 수원 선수들을 키울 생각에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 어린 선수들이 14명 정도다. 막 졸업한 선수,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오는 선수, 프로 1, 2년차 선수들. 그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그들의 장점을 보면서 어떻게 이 선수를 만들어볼까, 꿈을 더 크게 만들어줄까 그거에 갈증이 있다. 전술적으로도 선수들에게 색을 입히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을 키우는 재미도 많다. 재미있는 친구도 있다. 전술, 수비, 공격 각 분야에서 아직은 미흡하지만, 그 선수들을 어떻게 키울지를 생각하는 건 재미있다.”
“다른 팀에 있었다 보니 매탄고 선수들을 잘 모른다. 전지훈련 전에 구단 측에서 내게 추천한 3명의 선수가 있었다. 잘 모르는 선수들을 합류시키자고 해서 한번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데려왔는데 현재는 그 선수들에게 만족하고 있다. 여기 선수들과 매탄고 유스 선수들이 흔히 얘기하는 마인드 자체가 좋게 얘기하면 자신감, 나쁘게 얘기하면 자만이다. 그 선수들을 어떻게 축구적으로 만족시켜서 발전시키고 성장시킬까 하는 건 확실히 있다.”
선수 성장에 있어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의 태도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신감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이 오만으로 이어지면 성장이 멈춘다. 이 감독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도 팀을 위해 헌신하지 않고 자신이 돋보이려는 플레이를 하면 가차없이 비판한다.
“어제 훈련하다가 2008년생 선수가 내게 한 번 호되게 혼났다. 자신감이 자만이 되면 안 되는데 과한 플레이가 있었다. 자기 플레이에 취해서 자기밖에 안 보이는 거다. 동료를 이용하지 않고 자기 재미에 축구를 했다. 그래서 뭐라고 했다. 결국 축구는 골을 넣고 실점하지 않기 위해서 팀 전체 11명이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거기서 자기만의 생각을 갖고 플레이하는 과한 모습이 보여서 뭐라고 했다.”
이것은 비단 경기장 안에서 얘기만은 아니다. 이 감독은 한 선수의 성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주변 동료들은 물론 코칭스태프, 의무팀, 분석팀 등 모든 관계자가 선수의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그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면 오만해지고, 선수로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선수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건 태도다. 지금부터 오만한 선수는 나중에 같은 동료들을 다 무시한다. 자기가 잘한다고 느끼는 선수는 어릴 때부터 잡아줘야 한다. 훈련장, 경기장에서 동료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대표 선수가 되고 해외 진출을 할 수가 있는 거다. 그런 고마움을 지금부터 가르쳐야 한다.”
“구단과 의논할 사항인데, 어떤 선수가 구단에 얼마나 헌신을 하느냐에 따라서 해외 진출이라든지 다른 이적 관련 문제는 명확하게 구단과 상의해서 만들어놔야 할 것 같다. 너무 어린 나이에 나가는 건 선수에게도, 구단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단이 있으니까 선수가 있는 거다. 팀 안에서 동료가 도와줘서 대표 선수가 되고 해외 진출 기회도 얻는 거다. 그런 고마움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래도 이 감독은 요새 수원 선수들을 키우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특히 이 감독이 선수들에게 따로 개인 피드백을 줄 때, ‘하나를 알면 두세 가지를 아는’ 선수들이 있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 사소한 차이일 수 있지만 이 감독에게는 선수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어젯밤에도 어린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보냈는데 참 재밌다. 피드백을 딱 보내면 ‘똘망지게’ 답이 온다. 영상을 잘라서 피드백 보내고 화면 캡처를 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그려서 보내준다. 그러면 똘망지게 대답이 오는 게 너무 재밌다.”
“선수들에게는 한 가지를 물어보고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내게는 두 가지 옵션이 더 있다. 다 가르쳐주지 않는다. 세 가지가 있으면 하나만 알려주고 어떤 옵션이 또 있을 것 같은지 물어본다. 내가 알고 있는 두세 가지 옵션을 얘기하는 아이가 있다. 그러면 얘는 3개월, 6개월 후에 어떤 선수가 될지 보인다. 그래서 농담으로 ‘얘 아시안게임 나갈 수 있겠는데’ 그랬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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