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종사자 등 기존 노동관계법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들을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하지만 경영계는 물론 사각지대 보호 확대를 요구해온 노동계까지도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혼란을 우려하고 나서면서, 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권리 밖 노동' 보호를 위해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를 패키지로 추진한다.
◆계약형식 불문하고 '일하는 사람' 개념 도입…근로자 추정제도 신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에 담긴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을 확장한 것이다.
노동관계법의 대표격인 근로기준법의 대부분 조항은 근로계약을 맺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하에 임금을 받는 5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이나 플랫폼 경제 성장 등으로 특고·프리랜서 등 고용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근로기준법 등 전통적인 노동관계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해왔다.
그동안 정부는 개별법 제·개정을 통해 고용·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거나 법률해석 등으로 제도 개선을 해왔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형태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기본법은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기본적인 권리 보장과 분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근로기준법에만 규정돼 있는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금지 조항도 포함됐다.
또 국가와 사업주의 책임·의무를 구체화하고, '일하는 사람 권리지원재단(가칭)'을 설립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상담, 분쟁해결 지원, 법률적 구제 절차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만일 종사자가 분쟁조정 등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 등 불이익한 처분을 내리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아울러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 추정제'가 신설된다.
근로자 추정제란 특고·프리랜서 등 기존의 근로자 개념에 포함되지 않았던 종사자들을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는 것이다. 외견상 사업소득세 3.3%만 떼는 프리랜서인 것처럼 계약을 맺어 각종 노동관계법 적용을 피하는 '가짜 3.3' 등 근로자성 오분류를 막기 위한 조처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타인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전제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반증하는 경우에만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구조다.
예컨대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일하는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 등도 노무 제공 사실이 확인되면 근로자로 추정되며, 추후 분쟁 발생 시 사측이 지휘·감독 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제도는 근로기준법 상 분쟁뿐 아니라 퇴직급여 체불, 최저임금 위반 등 근로자 개념을 전제로 한 여타 제도에도 적용된다.
◆"근로자 아니다" 입증 못하면 사업주 부담↑…경영계 "소상공인 영향 고려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사용자 단체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제·개정되면 사업주 부담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근로계약은 프리랜서나 특고·플랫폼 계약과 비교해 사업주 의무가 더 많이 부과된다. 고용·산재보험은 물론,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고 최근 들어 강해진 산업안전 책임 강화도 관건이다.
아울러 해고 제한이나 초과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 상 의무를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설명회에서 "프리랜서 계약의 경우 민법상 계약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수준의 강한 보호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고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해지·변경 제한 등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기준과 사례가 축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근로자성과 관련한 노동위원회와 법원 판례가 일정 이상 축적되기 전까지 분쟁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던 현실을 감안하면 근로자 추정제 취지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전체 사업체 중 영세 소기업과 소상공인 비중이 절대 다수인 현실에서 이들에게 미칠 변화를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소송비용이 최소 1000만원 이상인데, 영세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대응 여력이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노동계도 "제도적 한계 분명…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없이 문제 반복"
그동안 프리랜서·특고·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보호 확대를 주장해온 노동계도 기본법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날(20일) 논평을 내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한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을 보완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근로기준법 정의 규정에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추정 제도를 명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며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정의 개정 없는 입법을 반대한다"고 보다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노동관서 신고와 노동위 구제 신청, 법원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먼저 제기해야 하고 분쟁 없이는 여전히 근로자가 아니다"라며 "이는 권리 보장이 아니라 또 다른 진입장벽이다. 노동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는 보호는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이날 국회 공청회를 통해 기본법 입법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뒤 5월 1일 노동절까지 입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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