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당시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하면서 수도권은 2026년, 이외 지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토록 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제도 시행 전 자체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시설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달 기후부가 수도권 3개 시도 내 66개 기초지자체별로 생활폐기물 직매립금지를 위한 제도이행 준비를 점검한 결과 33개 기초지자체는 공공소각시설 용량이 부족해 민간위탁 처리가 필요한 처지였다. 법 공포 후 대안 없이 5년이란 준비시간을 흘려보낸 셈이다.
일각에서는 주민은 피해만 입고 이를 처리하는 민간업체만 이득을 본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보상책을 마련해 시행된 정책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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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쓰레기 유입에 충청권 긴장…“비수도권 주민만 피해”
2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비수도권 지역에서 폐기물 정책의 후폭풍이 일고 있다.
충북도는 수도권의 생활폐기물이 유입된 뒤 민간 쓰레기처리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다. 충북도는 “충북이 수도권 쓰레기를 대신 처리하는 지역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수도권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비수도권 지역 주민의 불만으로 이어져 지역갈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는 △민간소각시설의 일일소각허가량 △야적장 운영관리 △이동·보관시설의 비산먼지 및 대기오염물질 배출 등 관련법의 관리·감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를 떠안아도 충북 주민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처지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특별자치시장·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그 관할 구역 내 폐기물 처리시설 또는 관할 구역 내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소위 ‘발생지 책임 원칙’이다. 자체적으로 생활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을 때는 다른 지자체와 협의해 쓰레기를 반출할 수 있다. 쓰레기를 위탁받는 지자체는 반입량을 고려해 반입협력금을 징수할 수 있다. ‘반입협력금’은 △폐기물처리시설 주변 지역 환경개선·주민지원 △시설 설치·운영 및 개선 △재활용센터 설치·운영 △다회용기 회수·세척 후 재공급 사업 등에만 사용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민간소각장에는 반입협력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8년부터 민각소각장에도 반입협력금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법제심사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제외됐다.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공공 소각장으로 쓰레기가 넘어올 때는 반입 협력금으로 소각장 인근 피해주민에게 보상한다”며 “쓰레기가 공공시설이 아닌 민간업체로 넘어오면서 반입 협력금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은 민간소각장이 챙기지만 피해는 지역 주민이 떠안고 있다. 발생지 책임에 따라 공공에서 쓰레기를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갈등의 또 다른 원인은 수도권 3개 시도의 뒤늦은 소각장 준비에서 비롯됐다. 신규 소각장은 입지 선정과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운영허가를 받기까지 최소 5년, 평균 약 8~10년이 걸린다. 서울 마포구처럼 주민 반대가 있는 곳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2021년 7월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하면서 수도권은 2026년, 이외 지역은 2030년부터 직매립을 금지토록 했다. 수도권 3개 시도는 개정 전후 신규 소각장 건설을 추진했지만 후보지 주민의 반발에 부딪혔다. 그 결과 수도권 3개 시도 내 66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33곳)은 공공소각시설 용량이 부족해 민간위탁 처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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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준비에 민간 참여 못 막아…“환경 정책 일관성 유지해야”
기후부에 따르면 서울(1개)과 인천(3개), 경기도(23개)는 신설·대체·대보수 등으로 소각시설 27개소를 확충해 현재 연간 269만t인 처리용량을 406만t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2027년부터 순차 완공될 예정이라 대처가 늦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1년에 시행규칙을 개정했지만 준비는 이전부터 진행했다”면서도 “자치구와의 소송이 벌어지면서 착공조차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소각장을 짓는 절차를 줄이거나 건립기간을 늘려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수도권직매립금지 제도의 시행은 수도권 3개 시·도와 함께 4자 합의로 목표부터 설정하고 제때 시행하기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폐기물산업의 변화도 쓰레기 이동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산업 폐기물이 줄면서 해당 폐기물을 처리하던 민간업체가 수도권의 생활 폐기물 처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의 A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산업 폐기물을 연료화해 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산업 폐기물이 줄면 고정 단가도 늘어나서 최근 생활폐기물을 많이 처리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B사도 “소각기를 가동하려면 1년 동안 반입할 수량을 확보해야 해서 모든 업체가 전국 지자체의 입찰에 경쟁적으로 참여한다”며 “지역 내 업체에만 처리를 맡기도록 제한하면 인건비가 비싸져서 쓰레기 비용이 오르는데 민간업체만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여겨진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책을 시행한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폐기물의 지역 이동은 당분간 어쩔 수 없다. 이걸 막으면 정말 쓰레기 대란이 생길 수 있다”며 “반입 협력금을 활용해 위탁 지역 주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메시지를 주고 상반기 중 구체적인 쓰레기 처리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폐기물 처리는 일반적으로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방향성은 직매립이 맞으니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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