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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서 쌀과 버섯 농사를 짓는 유민채(56) 씨는 고향의 변화가 안타깝기만 하다. 유씨의 집 3㎞ 근방에는 민간소각시설 3개가 모여 있다. 이곳에서 날아오는 검은 재는 빨래 위에 앉았고 악취는 코를 찔렀다. 쓰레기 냄새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연기는 그와 이웃의 건강을 위협했다.
유씨는 마을 이장으로 활동한 9년간 스스로 주민의 건강실태를 설문조사했다. 소각장 주변 마을의 암 발병률은 눈에 띄게 높았다. 옛 환경부도 북이면에 사는 만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등 일부 항목에서 대조 지역이나 일반 국민보다 소각시설 주변 주민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이곳 주민의 소변 중 카드늄 농도는 성인 평균의 3.7~5.7배, 2-나프톨(나프탈렌의 대사체) 농도는 약 1.8배 높은 수준이었다. 유 씨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인근 19개 마을에서 60명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절반이 넘는 31명이 폐암”이라며 “이곳은 집마다 공기청정기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공기가 더러운 지역으로 낙인찍혔다고 하는 이웃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쓰레기까지 떠안게 되는 데 따른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하면서 자체 소각장을 찾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업체와 쓰레기 위탁 계약을 맺고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쓰레기는 민간 소각장과 매립지가 밀집된 지역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해당 지역 주민을 위한 보상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유씨처럼 폐기물 처리시설 주변에 사는 이들은 수도권을 향해 ‘발생지 책임 원칙’을 이행하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정부는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를 과도기적 안정화 장치로 규정하고 2029년까지 예외적 직매립량도 계속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며 “직매립 금지는 단발성 규제가 아니라 단계적 ‘매립 제로화 로드맵’이다. 이를 전국 확대하려면 광역 소각·재활용 역량 배치, 지역 간 이동 규칙, 비상상황 대응 체계를 사전에 국가 차원에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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