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는 1월 15일 ‘에너지 및 금융 분야의 혁신이 인공지능(AI) 거품을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AI 산업을 둘러싼 전력과 자금 조달의 병목이 새로운 해법을 낳는 동시에 거품 위험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 혁신의 촉매였던 탐욕이 오늘날에는 에너지와 신용 대출이라는 현실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다고 짚었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가 AI 칩을 가동하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요구하면서 전력 공급망은 과부하 상태에 놓였고, 미국에서는 AI 프로젝트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금 조달 역시 병목으로 떠올랐다. 현금이 풍부한 기술 대기업들은 그동안 자체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해 왔지만, 자본 지출이 현금 흐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자 새로운 조달 경로를 모색해야 했다. 은행들은 신용도가 낮은 데이터 센터 개발업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면서도, 이 부채를 장부에서 분리하기 위해 분할·재구성에 나서고 있다.
전력난을 돌파하기 위한 해법으로 ‘자가 발전(BYO)’ 모델이 빠르게 확산됐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경쟁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전력망 연결 대신 자체 에너지 설비를 선택했다. 2024년 테네시주에서 불과 4개월 만에 대형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며, 가스터빈과 엔진을 트럭으로 운송해 전력을 확보했다.
초기에는 임시방편이었지만, 전력망 연결에 최대 5년이 걸리는 현실 속에서 자가 발전은 이미 일상적 선택지가 됐다. 수요 급증은 기술 혁신을 자극했다. 항공기 제조사 붐은 데이터 센터 개발업체에 천연가스 터빈 29기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연료전지 등 대안 기술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5년 내 미국의 신규 데이터 센터 용량이 최대 25기가와트(GW)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금융 분야에서도 혁신은 가속화되고 있다. xAI는 1월 초 200억 달러의 자금 조달을 완료했고,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엔비디아의 GPU를 임대할 계획이다. 메타와 오라클 역시 SPV를 활용해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오라클은 SPV를 통해 660억 달러의 외부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는 오픈AI 지원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OpenAI를 포함해 AI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흐름이 불가피하게 AI 거품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은행권은 고수익의 초대형 데이터 센터를 위한 채권 발행에는 적극적이지만, 신용도가 낮을수록 장기 보유를 꺼린다. 그 틈을 사모 신용이 파고들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는 2030년까지 데이터 센터 관련 사모 신용 조달 규모가 8,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험은 에너지와 금융 양쪽에 존재한다. 자가 발전 설비는 비용이 더 들고 장비 고장 위험도 크다. 신용 시장에서는 투자 회수가 지연될 경우 신용 붕괴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코노미스트는 “혁신은 환영할 만하지만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거품이 꺼질 경우 세계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창의력으로 위기를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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