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산업계를 강타한 노동 친화적 기류가 역설적으로 '사람 없는 공장'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법적 장치들이 강화될수록 기업들은 파업 리스크와 인건비 부담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로봇'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자동화 생산라인 확대에 속도를 내며 인력 의존도 낮추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 환경의 변화는 고스란히 증시로 전이돼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 부각된 주요 로봇 종목들이 강세를 보이는 등 섹터 전체의 벨류에이션(투자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파업 없고 24시간 풀가동…韓 기업 생존 전략 된 로봇, 증시 '슈퍼 사이클' 전망도
20일 경제계 등에 따르면 삼성·SK·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은 제조와 연구개발(R&D) 현장에서 피지컬 AI 적용 범위를 늘리기 위한 투자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이 인간을 대체하거나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급격히 발전하면서 핵심 공정과 정교한 작업까지 적용 범위가 늘어난 결과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현재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물류 등에 접목해 업무 자동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두고 로봇을 신성장동력으로 꼽으며 즉각적인 현장 투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는 "삼성전자의 생산라인에서 로봇 사업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이를 통해 쌓은 기술과 역량을 바탕으로 B2B·B2C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며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것이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이천과 용인 등 주요 생산 현장에서 4족 보행 로봇인 '가온(Ga-On)'을 시설 점검 및 고위험 구간 탐지 업무에 배치시켜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하반기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구축 중인 신규 팹에 약 122조원을 투자해 AI와 로봇 기술이 집약된 지능형 자동화 생산 라인을 구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무인 반도체 생태계' 조성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성능이 검증되면 글로벌 생산 거점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로봇 수요 급증에 대비해 2028년까지 로봇 생산 능력을 연간 3만대 규모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자동차 제조·판매 기업에서 로보틱스 선도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노란봉투법 시행과 더불어 주 4.5일제 도입 시도 등 친(親)노동 위주의 정책 환경이 기업들의 로봇화 수요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원청 기업의 책임을 하청까지 넓히고 파업 가능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들이 기업의 불확실성 요소로 부각된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생존전략'이라는 평가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봇은 파업을 하지 않고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법적 분쟁 리스크도 없다"며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를 메울 유일한 대안은 자동화 설비뿐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인건비 절감 효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로봇 활용이 일반화된 모습이다.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2024년 6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패스트푸드 체인점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기존 16달러에서 20달러로 약 25% 인상되자 당시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로봇 도입을 본격화했다. 당시 치폴레는 곧바로 과카몰리 제조 로봇과 샐러드 조리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으며 맥도날드는 감자튀김 로봇인 플리피(Flippy)를 도입해 조리 과정 자동화에 속도를 냈다.
아마존은 2023년 말부터 물류 센터에 이족보행 로봇 '디짓(Digit)'을 투입해 공정 자동화에 돌입했다. 디짓은 사람처럼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빈 박스를 옮기는 등 사람 업무의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전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로 전환했으며 앞으로도 AI와 로봇의 결합을 통해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현재 아마존은 기술 효율화와 경영 쇄신을 이유로 2023년 한 해에만 약 3만명 가량의 직원을 해고했으며 이후 매년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주요 기업들의 로봇 활용을 주가 상승을 부추길만한 호재로 평가하고 있다. 생산성 확대와 인건비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결과, 주요 로봇 기업들의 주가 역시 우상향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 간 국내 서비스용 로봇 테마는 평균 9.61%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4.12%), 코스닥(+2.89%)의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개별 종목의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LG그룹과 로봇 생태계 공동 개발에 착수 중인 유진로봇은 이 기간 약 122% 급등하며 주가가 2배 이상 치솟앗다. 또한 ▲나우로보틱스(+61.98%) ▲현대무벡스(+60.29%) ▲나우로보틱스(+51.84%) ▲두산로보틱스(+51.99%) ▲씨메스(+26.51%) ▲에스비비테크(+32.67%) 등 국내 대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인 로봇 관련주 대부분이 크게 상승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 파업 등 노조 리스크에 대한 대비와 동시에 생산성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설비를 늘려나갈 수밖에 없다"며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양산 배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종목들의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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