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주 토요일, 서호천 정화 활동이 있는 날이다. 활동하기 편한 옷을 챙겨 입고 아침 햇살이 막 하천에 내려앉을 즈음 집을 나선다.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16년이 흘렀다. 첫 봉사는 마을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위한 도서 정리와 학습지도였다. 이후 돌봄교실 전래놀이, 학교 주변 순찰, 노인복지관 배식, 취약계층 선물 전달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작은 손길을 보탰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투르던 봉사가 이제는 한결 익숙해졌다.
지금의 나를 자원봉사로 이끈 데에는 분명한 계기가 있다. 그것은 늘 곁에 계실 것만 같았던 아버지의 임종이었다. 성인이 된 뒤 맞이한 일이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쉽게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날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결국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됐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은 사회에 보탬이 되는 공익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다짐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기부와 자원봉사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기부로 마음을 전했고 지금은 기부와 자원봉사를 함께하며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체감한다. 해마다 10만명이 넘는 시민이 자원봉사 현장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봉사의 빈자리는 여전히 많다. 시간과 여유, 그리고 마음의 여백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일까.
봉사가 때로는 귀찮고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상처받았던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기도 한다. 규정이나 계획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사회의 틈을 이름 없는 손길들이 메운다. 그 손길이 모여 마을은 단단해지고 우리의 일상은 좀 더 안전해진다.
최근 들어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원봉사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혜택도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 반가운 변화다. 덕분에 봉사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봉사는 늘 따뜻하고 보람찬 순간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며 거창한 결심에서 시작되지도 않는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비어 있을 자리, 그 자리에 잠시 서는 일이다. 그렇게 채워진 하루가 쌓여 어느새 삶의 방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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