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나혜석 생가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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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나혜석 생가터에서

경기일보 2026-01-20 19:03: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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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이상을 형상화하고 텍스트화하는 고도의 정신적 테크닉이다. 아무리 자신을 속여도 남루한 굴레를 벗어날 수 없지만 가슴속엔 항상 넉넉한 영감을 저장하고 있다. 예술은 끊임없는 개척과 탐험과 고뇌의 성취다. 현악기만으로 애절함을 표현하는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음악가의 절절한 메시지가 읽힌다. 우리는 교향곡 앞에서 굴곡진 오선지를 읽는 마에스트로가 돼 눈을 감고 심상의 손을 젖는다. 마에스트로의 팔은 그를 이끄는 또 다른 영혼의 지휘가 있어 조용히 조율하는 것이다.

 

제도적 변혁을 감식한 예술의 편력일까. 화령전 작약이 돋아난 그리운 시절에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신여성 나혜석의 산책을 그려본다. 서호변에 캔버스를 편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불가능한 꿈을 지운 한 페미니스트의 생애가 애처롭다. 나혜석, 그의 첫 전람회엔 하루 4천~5천명이 성시를 이뤘다니 가부장적 사회에서 신여성의 예술 활동이 얼마나 큰 파급이었나를 알 것 같다.

 

50까지 칠한 그의 생은 행려병자의 무연고 병동에서 끝맺는다. 지금 이곳 나(羅) 참판댁 터는 무슨 연유인지 아직 복원이 되지 않고 생가터 옆에 걸린 화령전 작약만이 공터를 굽어보고 있다. 사회제도와 법률과 도덕과 인습에 저항했던 한 페미니스트에게 내면의 꽃 한 송이 바친다. 새 교실에 오늘도 조용히 마음을 닦는 김미경님이 빈 생가터를 그렸다. 그림이 별건가, 즐거우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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