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수수 의혹으로 민주당 윤리심판원(이하 윤심원)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뒤 재심 절차를 받지 않고 자진탈당을 밝힌 김병기 의원에 대한 경찰의 전방위 수사가 본격화 되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이 자진탈당을 선언한 19일 오전부터 내사로 종결했던 김 의원의 배우자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고, 차남의 대학편입에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진 중소기업 대표를 피의자로 전환하는 한편 동작구의회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김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김경 시의원과 강선우 의원의 당시 보좌관이었던 남 모 사무국장에 이어 강 의원까지 경찰 소환조사를 받아 공천을 둘러싼 1억 원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김 의원과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물론이고 '공천헌금 특검'을 주장하며 민주당을 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윤심원의 결정에 재심 절차를 밟지 않고 19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지난 12일 제명 처분은 받은 지 일주일 만이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20일 만이다. 민주당은 탈당계를 서울시당으로 이첩해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金 비위수사 확대…'내사종결' 배우자 법카 의혹 재수사
조진희 前동작구의원 주거지·구의회 등 3곳 압수수색
경찰은 김 의원의 탈당 당일 김 의원의 배우자인 이 모 씨를 둘러싼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9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10분까지 동작구의회와 조진희 전 동작구의원의 사무실·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4일 김 의원의 자택과 의원실, 김 의원의 휴대전화, 차남 집의 금고 등을 조사한 데 이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경찰은 2022년 7~8월 조 전 구의원이 재임 당시 사용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가 김 의원의 배우자인 이 모 씨에게 전달돼 사적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조 전 구의원이 구의회 회의에 참석한 시간대와 동작구 대방동 김 의원의 자택 인근에서 결제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해 집중 수사 중이다.
조 전 구의원은 2022년 7∼9월 사이 여의도 일대 식당에서 수차례 김 의원의 배우자인 이 모 씨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주거나 선결제하는 방법으로 100만 원이 넘는 식대를 제공한 혐의(업무상 횡령·배임 등)를 받는다.
해당 의혹은 조 전 구의원이 김 의원의 보좌진과 통화 도중 "사모님이 7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카드를 썼다. 내가 쓴 금액은 118만 원, 사모님이 쓴 게 270만 원 정도"라고 언급한 녹취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알려졌다.
앞서 해당 의혹은 서울 동작경찰서가 2024년 4월 입건 전 조사인 내사에 착수했으나 무혐의로 종결한 바 있다. 최근 김 의원에 대한 논란이 재차 불거지며 보좌진의 녹취와 카드 사용 내역 등 추가로 공개되며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동작서의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업무추진비 집행 경위와 카드 사용 주체 등을 확인한 뒤 조 전 구의원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조 전 구의원 조사에 앞서 김 의원의 비위를 제기한 전 보좌관 김 모 씨도 고소인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19일까지 김 의원과 관련한 수사를 위해 조사한 참고인과 피의자는 총 34명이며 김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은 13건, 이와 관련한 고소는 29건이다.
차남 대학편입 특혜 중소기업 대표 피의자 전환
경찰은 차남 김 모 씨의 편입 의혹과 관련해 김 씨가 재직했던 중소기업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피의자로 전환했다.
김 의원의 차남이 재직했던 중견기업 대표도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뇌물·업무방해 피의자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사는 김 의원의 차남이 2022년 5월부터 3년간 근무한 업체로, '기업 재직'이 편입 요건인 숭실대학교 계약학과에 차남을 편입시키기 위해 A씨에게 차남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김 의원의 차남은 근무 시간에 헬스장에 있는 등 회사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경찰은 김 의원의 전 보좌관들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해 A씨가 숭실대의 입학 업무를 방해한 혐의와 김 의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의 집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진 김 의원의 개인 금고에 대한 추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압수수색에서는 해당 금고를 발견하지 못해 경찰은 김 의원의 차남이 사는 아파트 해당 라인의 엘리베이터 CCTV를 확보해 금고 이동 여부를 조사 중이다.
가로·세로 1m에 이르는 대형 금고를 들고 옮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계단 쪽 CCTV는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불거졌던 이번 논란은 김 의원과 강 의원 간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해당 녹취록은 당시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 의원이 혹시 모를 분쟁 상황에 대비해 자기방어 차원에서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녹취록에는 강 의원이 김 시의원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며 도움을 요청하자 김 의원이 "어쩌자고 나한테 상의하느냐"며 질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김 의원 본인은 물론이고 배우자까지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되면서 논란이 더욱 격화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시점 전 동작구 구의원 두 명이 김 의원의 배우자에게 각각 2000만 원과 1000만 원을 전달했다 돌려받은 후 당시 당대표였던 이재명 의원 측에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까지 뒤늦게 재조명됐다.
해당 탄원서에는 "김병기 의원 댁을 방문해 설 선물과 함께 500만 원을 전달했더니, 김 의원의 배우자가 '구정 선물로는 너무 많고 공천헌금으로는 적다'며 돈을 돌려줬다"는 구체적 진술도 담겨 있다.
'1억 공천' 강선우 20일 첫 조사…"원칙 지키는 삶 살았다"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공천헌금 1억 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강선우 무소속 의원도 20일 경찰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지난달 29일 공천헌금 수수 관련 녹취가 공개돼 의혹이 제기된 이후 22일 만이다.
오전 8시 56분경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 도착한 강 의원은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제 삶의 원칙이 있고 그 원칙을 지키는 삶을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전면부인 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취재진이 '공천헌금 1억 원을 받았느냐'고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강 의원은 이에 답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경찰은 강 의원을 상대로 1억 원을 실제 받은 것이 맞는지 또 1억 원을 받는 자리에 강 의원이 동석했거나 사전에 공천헌금 전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그간 강 의원이 1억 원을 돌려줬다고 주장했기에 돌려준 시점과 대가성 금품수수인 1억 원을 돌려줬음에도 김 시의원에게 단수공천을 준 이유가 무엇인지를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금품을 주고받은 것은 당시 보좌관이자 사무국장이었던 남 모 씨와 김 시의원 사이의 일이며 자신은 사후 보고를 받고 반환을 지시했다고 해명해 왔지만 김 시의원이 최근 경찰에 제출한 자수서에는 돈을 건넬 당시 강 의원과 사무국장인 남 모 씨가 함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강 의원이 '돈을 받은 것을 나중에 보고 받고 나서야 알았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배치 되는 셈이다.
남 모 사무국장과 김 시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4월 한 카페에서 강 의원과 함께 만났다는 입장이다. 김 시의원은 강 의원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했고, 남 모 사무국장은 강 의원 지시로 차에 쇼핑백을 실었다고 각각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엔 강 의원에게 공천헌금 1억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김 시의원이 불러 17시간 조사했다. 강 의원의 전 보좌관인 남 모 사무국장도 함께 소환됐지만 대질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시의원에 대한 조사는 11일과 15일에 이어 세 번째이며 남 모 사무국장은 17일에 이어 이틀 만에 다시 소환했다.
국힘 "김병기 의원직 사퇴, 與 공천헌금 특검 수용하라"
국민의힘은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계기로 민주당의 공천헌금 특검 수용과 함께 김병기, 강선우 의원을 향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20일 논평을 통해 "김 시의원에 대한 경찰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민주당은 말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어떻게 공천을 사고팔아 왔는지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강 의원을 향해 "국회의원이 시의원의 뇌물에 눈이 멀어 돈을 덜컥 받아 챙기고 압박에 몰리자 당이 세운 원칙을 짓밟은 채 공천을 밀어붙였다. 전모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뒤늦게 돈을 돌려줬다'라고 형량을 낮추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 바로 민주당 뇌물공천의 단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선우 의원은 이제 그만 사퇴하라. 금품을 수수하고 공천을 거래한 죄, 이를 부인하며 국민을 속인 죄, 각종 의혹 속에서도 국민의 세금으로 자리를 지켜온 죄 어느 하나도 가볍지 않다"며 민주당을 향해선 "뇌물 공천과 매관매직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성역 없는 수사가 필수다. 민주당은 즉각 특검을 수용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김병기 의원이 자진탈당을 선언한 19일 논평을 통해 김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민주당의 공천헌금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김병기 의원이 벌여온 부적절한 처신을 감안한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김 의원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는 온갖 억측을 낳고 있다. 경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집권 여당의 눈치를 보며 '정권의 충견'이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제명과 탈당은 결코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이번 사태를 김병기 의원과 강선우 의원의 개인 비리로 치부해 덮으려는 얄팍한 꼼수를 멈추고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한다. 공천을 돈으로 사고판 자가 누구인지, 누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누가 조직적으로 덮었는지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즉각 김병기 의원을 포함한 공천 헌금 특검을 수용하라. 만약 당이 두려워하는 것이 김 의원이 쥐고 있다는 '황금폰'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민주당이 썩었다는 자백"이라고 비난했다.
與박지원 "애당심에 감사…힘내라, 큰 형님이 함께 간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탈당이나 경찰 수사에 대해선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김 의원의 자진 탈당을 촉구해온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탈당을 발표한 19일 당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 전 원내대표가 오늘 당을 떠난다는 텔레그램을 읽었다"며 "그의 살신성인·선당후사 애당심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과 동행하며 결백을 밝히는 데 보탬이 되겠다. 김 의원, 힘내라. 큰형님이 함께 간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이것으로 당의 절차도 끝냈으면 한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켜보면 된다. 더 이상 요구하면 부관참시"라며 "저는 김 전 대표와 직장 동료였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결백을 믿으면서도 누구보다 먼저 원내대표직 사퇴와 자진 탈당, 당이 결정하라는 독한 말까지 쏟아낸 것은 그의 결백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김 의원의 결백을 강조했다.
앞서 박 의원은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에서 "당 윤리심판원의 결정으로 정치적으로 끝났다. 나머지 얘기는 수사기관에서 할 일이다. 김 전 원내대표한테 더 이상 제가 잔인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태현의>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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