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적으로 강한 보수적 성향을 띄며 각종 거리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아스팔트 청년들'의 실체가 '사회에 대한 소수의 분노 표출'에 가깝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거친 언행과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마치 대세인양 비춰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정치적 신념이나 이념 보단 군대·취업 등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분노 표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청년세대의 취업·결혼·출산에 대한 남녀 간 인식 차이, 과거 정부 여성배려 정책에 대한 평가 차이, 사회 경험이 충분히 쌓인 40대 이후의 생각 변화 등이 주장의 근거로 지목됐다.
10년 전 20대 중 일부는 30대에도 보수 정당 지지…40대 이후부터 성향 변화 두드러져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6일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연령대별로는 대부분의 연령대, 심지어 보수적 색채가 짙은 70대 이상에서도 진보 계열 정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이 앞섰지만 유독 20대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보수 계열 정당(국민의힘, 개혁신당)이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대별 진보 계열 정당과 보수 계열 정당 지지율 합계는 ▲18~29세 25%, 29% ▲30대 37%, 28% ▲40대 52%, 22% ▲50대 63%, 18% ▲60대 54%, 28% ▲70대 이상 39%, 34% 등이었다.
지금의 30대가 20대였던 10년 전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약 10년 전인 2016년 3월 4주차 한국갤럽이 발표한 연령대별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 연령대의 진보 계열 정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지지율은 38%, 보수 계열 정당(새누리당) 지지율은 23% 등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진보 계열 정당 지지율은 13%p 급락한 반면 보수 계열 정당 지지율은 6%p 상승했다. 최근 20대 청년 보수화 현상의 실체가 보수 지지 보단 진보 외면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점차 진보 성향으로 바뀌는 모습도 나타났다. 10년 전 여론조사에서 30대 이상의 진보 정당 계열과 보수 정당 계열 지지율은 각각 ▲30대 45%, 17% ▲40대 45%, 33% ▲50대 27%, 53% ▲60대 이상 18%, 62% 등이었다. 현재 40대 이상의 정당 별 지지율과 비교하면 진보 계열 정당 지지율은 전 연령대에서 일제히 상승한 반면 보수 계열 정당 지지율은 40대(10년 전 30대)를 제외하곤 전부 감소한 셈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와 과거의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최근 나타나는 일부 청년들의 보수화 현상은 개인의 신념이나 이념 보단 그들이 처한 현실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40대 이하 청년들 중 보수 정당 지지자가 남성에 크게 치우쳐져 있다는 점이 근거로 지목됐다. 군대나 취업, 결혼 등에 있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남성에게 더욱 큰 책임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게 되고 그 불만을 여성 배려에 적극적인 정치인이나 정당에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0세 이하 보수 지지자는 남성 위주…현실 고충➞이성·정당에 책임 전가, 분노 표출
실제로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결혼 기피' 현상만 놓고 보더라도 남성과 여성의 이유가 판이하게 달랐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제2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0월 전국 20∼44세 2000명(미·기혼 남녀 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 남성의 미혼 남성의 41.5%, 미혼 여성의 55.4%가 '결혼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결혼 의향이 없는 이유로 남성은 '결혼생활 비용 부담'(25.4%)을 가장 많이 선택한 반면 여성은 '기대에 맞는 상대 없음'(19.5%), '독신생활이 좋음'(17.0%) 등을 주로 꼽았다. 여성 중 '결혼생활 비용 부담'을 선택한 응답자는 11.6%에 불과했다.
출산 여부와 관련해서도 남성이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경제적 부담을 더욱 많이 느끼고 있었다. 미혼 남성의 41.6%, 미혼 여성의 59.1%가 '출산 의향이 없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그 중 자녀 양육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선택한 응답자는 남성 34.1%, 여성 23.2% 등이었다. 취업에 있어서도 남성 중 상당수는 군 복무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에 비해 불리한 측면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과거 한 매체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이들 중 89.4%가 비(非)복무자에게 박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87.9%가 '군 복무가 취업이나 학업 등 사회 복귀에 걸림돌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남성들의 속마음은 문재인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외부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당시 문재인정부가 '양성평등 사회 구현'을 목표로 추진한 여성 배려 정책들이 기폭제가 됐다. ▲여성 장관 비율 확대 ▲여성 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강화 ▲청년 여성 일자리 확대 ▲국립대 여성 교원 비율 확대 ▲성폭력 범죄 강경 대응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정책 행보는 당시 청년 남성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당시 한 매체가 전국 만 18~20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남성 응답자 중 65.3%가 '문재인정부는 여성만 챙긴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 응답자의 86.1%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결혼·출산·취업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해 정부 정책 평가로까지 이어진 남녀 간 차이는 결국 정치 성향의 차이로 귀결됐다. 일례로 지난해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 결과에서 타 연령대와 달리 유독 20대와 30대에서만 성별에 따라 지지 후보가 명확하게 갈렸다. 20대의 경우 남성은 보수 계열 정당 소속인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자가 72.1%에 달한 반면 여성은 진보 계열 정당 소속인 이재명 후보 지지자(58.1%)가 더욱 많았다. 30대의 경우도 남성 60.1%가 김문수·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반면 여성은 57.3%가 이재명 후보자를 선택했다. 타 연령층에선 남녀 모두 지지 후보가 비슷했다.
아울러 사회 경험이 충분히 쌓인 40대 이후의 정치 성향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 또한 일부 청년들의 보수화 현상이 현실에 대한 불만 또는 분노 표출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지목됐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고 오랜 기간 여성 직장 동료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사회 초년생 시절 가졌던 인식이 바뀌게 되고 결국 정치 성향마저도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 여론조사 기관이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승진, 배치 등에 있어서 남녀 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 중 과반에 가까운 48.6%가 '있다'라고 답했다. 군 복무 때문에 여성에 비해 취업에서 불리하다는 응답이 90%에 육박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아스팔트 청년들'의 실체가 현실의 고충과 이성에 대한 오해에서 나타난 분노 표출에 가까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상황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거리 집회에 참여하는 보수성향 청년들이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갖고 행동한다기보단 기존 진보정치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남녀 간 인식과 페미니즘 등이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가진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선 먼저 국민연금을 비롯해 세대간 격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진정성있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세대 간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변화가 정책적으로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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