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자리 잡은 재외동포청의 서울 이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경기일보 13일자 1면), 재외동포청이 인천시에 청사 이전을 빌미로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지역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외동포청의 이 같은 행보가 서울 이전을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0일 재외동포청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재외동포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재외동포들의 청사 이용 불편 문제를 ‘정치공작’으로 단정한 데 대해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재외동포들의 청사 위치 의견에 대해 여론조사를 통해 조사해, 그 결과에 따르자고 인천시에 제안했다.
아울러 인천시에 재외동포청의 직원 3분의 2가 송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청사 이전 논의가 ‘직원 출퇴근 편의용’이라는 표현에 대한 정정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송도 부영타워 임대료 인상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과 앞서 제시한 4가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다.
앞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지난 18일 송도 부영타워 임대료 인상 계획 철회와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운 위치에 안정적인 청사를 마련해 달라고 문제제기 했다. 여기에 공항버스 증차 등 재외동포들의 접근성 개선, 직원 주거 및 교통 지원을 포함한 복지 제공 등 4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재외동포청의 이러한 요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자리 잡은 것은 당시 치열한 유치 경쟁을 거쳐 결정된 사안인데, 불과 3년 만에 다시 여론조사를 통해 이전 여부를 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외교부는 지난 2023년 편의성과 접근성, 업무 효율성, 행정조직의 일관성, 지방균형발전,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결정했다. 당시 정책 수요자의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재외동포 서비스 지원센터’는 서울 광화문에 두되, 본청은 지방균형발전과 접근성, 행정조직 일관성 측면을 고려해 인천에 설치하기로 했다.
또 인천시는 송도 부영타워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철회할 권한이 없다. 인천시는 임대 계약 당사자가 아니며, 임대료 협상을 할 법적 근거도 없다. 송도 부영타워 역시 외교부가 2023년 포스코타워송도, 부영송도타워, 미추홀타워 등을 검토한 끝에 선정한 결과다.
재외동포청 직원들을 위한 주거 및 교통 지원 역시 상위법 제정 없이는 추진이 쉽지 않다. 부산시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해양수산부 직원들의 정착 지원이 가능했지만, 인천시는 수도권으로 분류돼 ‘혁신도시 조성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재외동포청이 재외동포 대상 청사 이전 여론조사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 지역 안팎에서는 ‘서울 이전을 위한 수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재외동포청 유치는 당시 정정당당한 도시 간 경쟁을 통해 결정된 결과”라며 “지금 와서 청사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외동포청이 서울로 가려 한다면 큰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이는 정부의 균형발전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실제 재외동포들을 만나보면 송도 청사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며 “인천시에 루원복합청사나 영종 지역 민간 건물 임차 등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가 재외동포 교통편의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가기관의 청사 관리와 예산 확보는 기관장인 청장이 기획재정부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유 시장은 또 “청사 이전을 언급하는 것은 인천의 이민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며 “역사성도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재외동포청 신설 당시에도 서울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지금 와서 서울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균형발전을 책임져야 할 고위공직자로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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