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1심 선고가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법조계는 이번 선고가 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법원이 내란죄 성립 여부를 처음으로 본격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1월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로 법원이 선고 과정을 생중계하기로 하면서 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내란죄(형법 87조)는 국가권력 배제 또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를 처벌한다. 법문은 폭동을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가담 정도에 따라 우두머리, 중요임무 종사, 단순 가담으로 처벌을 세분한다. 사건의 성격상 법원 판단이 사실관계 확정과 법리 판단을 동시에 요구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 선고는 향후 관련 사건 전반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가 먼저 주목하는 지점은 비상계엄 선포 및 후속 조치가 형법상 내란에 해당하는지다. 내란 방조는 주범 행위 자체가 내란으로 인정돼야 성립 논리도 가능해지는 만큼 재판부가 먼저 내란 성립 여부를 정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명지대 유승익 헌법학 객원교수(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공소사실이 내란 방조 또는 중요임무 종사인 만큼 법원이 12·3 비상계엄이 내란인지부터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내란 성립이 먼저 정리돼야 방조인지, 중요임무 종사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국무위원 출석을 독촉하는 등 계엄 선포 과정에서 외형적 절차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결심에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현실적인 분기점은 국무회의 관련 행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의 절차 관여가 직무 범위의 행위였는지 아니면 위법한 조치를 뒷받침해 실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방조죄 성립에서 고의성과 기여도를 핵심 기준으로 본다. 단순히 절차를 수행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렵고, 적어도 내란적 성격을 인식했는지와 그 행위가 범행을 실제로 용이하게 했는지가 구체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도 내란 판단에서 결국 내란 목적, 즉 고의를 어떻게 인정할지가 큰 쟁점이라고 봤다. 단순히 따랐던 것인지, 내란임을 알면서 따랐던 것인지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내란 방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후적으로 작성된 계엄 선포 문건에 서명하고 폐기를 요청했다는 부분은 절차적 하자 은폐 시도라는 평가와 맞물려 별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의 위증 혐의 역시 재판부가 사실관계를 비교적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내란 방조 판단과 별개로 문서 관련 혐의나 위증 혐의가 인정될 경우 ‘일부 유죄’ 가능성도 남는다고 본다. 전체 혐의 중 일부가 유죄로 정리되면 양형 구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양형 판단에서는 국무총리라는 지위 자체가 핵심 요소로 거론된다. 불리한 요소로는 높은 직책에 따른 책임이 있고 위증이나 증거 인멸 정황이 인정될 경우 가중될 수 있다. 비상계엄 이후 야기된 사회적 혼란 역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이진관 부장판사가 재판을 지휘하며 보여온 진행 기조를 감안하면 한 전 총리 측이 주장하는 참작 사유가 양형에 반영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내란이 인정되면 선고 당일 법정구속도 가능하며 구형이 15년인 점을 고려하면 실형이 상당한 수준으로 나올 경우 구속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고는 비상계엄 사태의 법적 성격을 법원이 처음으로 구체화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결론 자체 못지않게 판결문이 담아낼 판단 기준이 주목된다. 내란 성립과 방조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국무회의 절차 관여와 사후 행위를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한 법원의 논리가 이후 재판과 공직사회 책임 논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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