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의 통일교와 신천지 정교유착 의혹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은 19일 신천지 전 핵심 간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 전 집단 가입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2007년 대선 직전 열린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경선 때부터 조직적인 당원 가입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한다. 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의 이름도 줄줄이 거론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정교 유착' 의혹의 수사 범위와 대상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천지 전 간부 "MB·박근혜 때도 당원 가입…MB 선거운동도 지원"
"김무성·홍준표 등과 접촉" 녹취록도 나와
합수본은 지난 주말 서울고검에 마련한 사무실에서 조직 정비를 마무리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합수본은 통일교와 신천지 등 종교단체의 정교유착 의혹 일체를 수사 대상으로 한다. 정관계 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했거나 특정 정당에 가입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이다.
통일교 사건의 경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에서 수사하던 정치권 금품 전달 의혹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간다.
신천지는 기존에 특검이나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된 적이 없어 새롭게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제기한 '10만 당원 가입설'부터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은 20일 신천지 청년회장을 지낸 차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차씨는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청년위원회 직능단장을 맡으며 정치권과 연을 튼 뒤, 2010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비상근 부대변인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신천지가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신도들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등의 방식으로 정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신천지 지도부가 '필라테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신도들의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을 독려했으며, 이에 따라 2011년 말부터 작년까지 5만여명이 국민의힘에 책임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온 상태다.
특히 합수본은 전날(19일) 신천지 전 간부 최모씨에 대한 조사에서 2007년 대선 직전 열린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경선 때부터 조직적인 당원 가입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모씨는 합수본에 "이명박·박근혜 대선 후보의 당내 경선 당시에도 이명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신도들을 대상으로 당원 가입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실제 상당수 신도가 당원으로 가입해 경선에 참여했으며, 일부 청년 신도들은 선거 운동에도 동원됐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합수본은 또 전날 조사 과정에서 신천지 측이 김무성 전 당대표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녹취록에서 신천지의 한 간부는 "김무성씨를 만났을 때 '대구시 보고서'를 만들어간 게 있다"며 "그걸 보고 이 사람이 '뿅 갔다'"고 말했다.
이 녹취에는 권성동 전 의원의 이름도 언급됐으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신천지 '별장'에 방문해 이만희 총회장과 실제로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와 관련해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천지 교인들의 책임당원 가입은 그해(2021년) 7∼9월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며 "내가 그것을 안 것은 대선 경선 직후였는데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그 이듬해 8월경 청도에 있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만났다"고 주장했다.
신천지 정교유착 의혹이 MB 시절로 확대될 경우 수사 범위와 대상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법 위반 확인시 종교법인 설립 허가 취소 추진
합수본의 통일교와 신천지 정교유착 수사 결과에 따라 종교법인 설립 허가 취소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에 제출한 통일교 관련 '종교재단 설립 허가 취소에 관한 검토' 자료에서 "수사 결과 또는 재판 결과 재단의 혐의나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설립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통일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유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돼있다.
문체부는 현재 통일교와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확인 중이다.
민법에 따라 종교법인이 목적 이외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침해한 경우 주무관청이 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종교법인의 설립 허가가 취소되면 각종 법적 보호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남은 재산도 법에 따라 청산해야 한다. 다만 임의단체로 남아 종교 행위 자체는 가능하다.
과거에도 정부에서 종교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
재단법인 기독교대한개혁장로회(동방회)는 점수제를 정해 성적 미달 신도들을 구타하거나 금품 갈취를 반복해 1976년 법인설립 허가가 취소됐다.
천존회는 정상적인 종교활동 범위를 벗어나 재물을 기부받고, 신도들이 상호 맞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금융기관에서 거액의 신용대출을 받아 챙겼다가 2001년 설립 허가가 취소됐다.
한편 신천지는 문체부가 관리하는 별도 종교법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천지와 관련된 사단법인의 경우 2020년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 방해 등을 이유로 법인 허가를 취소했다.
李대통령, 사이비·이단 종교에 "폐해 커"…7대 종단 "해산해야"
김민석 "사이비 이단은 척결해야 할 사회악"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도 통일교와 신천지에 대한 엄정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지난 12일 청와대 본관에 모인 종교 지도자들은 이 대통령에게 "통일교·신천지 등 사이비 이단 종교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며 "정교 유착을 넘어 시민의 삶에 큰 피해를 주는 행태를 엄정히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참으로 어려운 주제이지만, 우리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너무 오래 방치해 폐해가 매우 크다"고 공감을 표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국가와 국민에 해악을 미치는 종교 단체의 해산은 국민도 동의할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종교 재단의 자산으로 사이비 종교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도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다음 날인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사이비 이단은 척결해야 할 사회악"이라며 "통일교와 신천지 등에 대한 철저한 합동 수사와 함께 모든 부처가 사이비 이단의 폐해 근절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김 총리는 "정교 유착의 부정과 불법으로 국정 농단이 거론됐고 해외에서도 각종 범죄에 연루돼 국격 파괴의 공격이 됐다"며 "이대로 두면 심각한 국가적 피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5일 강원 춘천 스카이컨벤션웨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서도 김 총리는 "정부가 통일교·신천지 등 사이비에 대해 정교유착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교유착 의혹은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익을 봐서도 정리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문제이지만 해외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 "통일교·신천지 특검" vs 국힘 "통일교만 특검"
與 한병도 "국힘, 떳떳하다면 통일교·신천지 특검 수용하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합수본 수사와 별개로 통일교와 신천지 정교유착 의혹을 규명할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통일교·신천지 특검에서 통일교 특검만 따로 떼어내서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신천지의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진 만큼 통일교와 함께 특검 수사를 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신천지가 신도들을 조직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는 언론 보도가 확인됐다"며 "이른바 '필라테스'라는 작전명 아래 최근 5년간 최소 5만여명의 교인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전직 간부의 구체적 증언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묻는다. 이래도 신천지 특검을 거부하겠나"라며 "앞서서는 통일교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김건희 특검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입장은 한결같다. 통일교와 신천지 함께 특검하자. 이참에 정교유착 의혹을 모두 털어내야 한다"며 "떳떳하다면 지금 당장 통일교·신천지 특검을 수용하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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