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0일, 청와대의 ‘불법 인사 개입’을 주장하며 이재명정권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같은 시각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이 사장을 겨냥한 듯한 고강도 경고를 쏟아내며 충돌이 격화된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사장의 이 같은 ‘초강수’가 차기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국토부를 통해 ‘신임 사장이 올 때까지 인사를 내지 말라’는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올해 1월 정기 인사를 강행하려 하자 대통령실이 ‘3급 이하만 시행하라’거나 ‘사전 승인을 받아라’라는 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며 “문재인정부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실은 차라리 사장인 저를 해임하라”며 배수진을 쳤다.
공교롭게도 이 사장의 회견이 진행되던 시각, 이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지적했는데도 여전히 똑같은 태도를 보이는 곳이 있다”며 “어디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엄히 훈계하고 할 수 있는 제재를 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했다.
사실상 이 사장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달 12일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이 ‘책갈피 달러 밀반출’ 가능성을 묻자 이 사장이 “세관 업무”라며 즉답을 피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이 사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지적을 공개 반박하고, 또 이 대통령이 “뒤에서 다른 얘기를 한다”고 지적하며 대립각이 커졌다.
정치권에선 임기 만료를 불과 4개월여 앞둔 이 사장이 현직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두고, 단순한 업무 갈등을 넘어선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인천 서구에서 내리 3선(18~20대)을 지낸 이 사장이 차기 인천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체급 키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할 말은 하는 투사’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윤석열정부였던 2023년 6월 임명된 이 사장의 공식 임기는 올해 6월19일까지다. 하지만 인천공항공사 내부와 지역 정가에선 이 사장이 오는 3월 안에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관장이 대통령실을 상대로 ‘해임하라’고 외치는 것은 해임되더라도 ‘정치적 탄압’ 프레임을 얻을 수 있어 밑질 게 없는 장사”라며 “사실상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명분 쌓기와 존재감 부각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적 갈등의 배경에는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불일치 문제도 자리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을 논의해 왔으나, 여야가 소급 적용 문제 등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답보 상태다.
한편, 이 사장은 이날 인천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직 인천공항 사장으로 있는 한 (출마 관련) 견해를 밝히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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