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벌금, 해외선 징역…쿠팡 대표 '불출석'에 처벌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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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벌금, 해외선 징역…쿠팡 대표 '불출석'에 처벌 실효성 논란

르데스크 2026-01-20 16:19: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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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경찰의 2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여론의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회나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더라도 처벌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에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쿠팡이 자체 조사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로저스 대표가 국회청문회를 마친 직후인 지난 1일 해외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7일 로저스 대표에 2차 출석 요구를 했지만 로저스 대표는 또 불응했다. 이후 경찰은 2차 출석 요구일이 끝나는 날 바로 로저스 대표 측에 3차 출석 요구를 전달했다.

 

로저스 측은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았으며 아직 국내로 들어오지 않은 걸로 파악됐다. 쿠팡 측은 예정된 출장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라며 소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말없이 또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2차 출석 요구기간이 끝나는 지난 14일 로저스 대표에게 이달 말 출석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통상 세 번의 출석요구에도 응하지 않으면 경찰은 체포영장을 신청해 강제 수사를 할 수 있지만 미국인인 로저스 대표에게 집행하는 것은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속해서 국내 경찰에 불응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구희명 씨(39·남)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에도 안 털린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 분유나 기저귀를 산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하지만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과나 피해 보상규모를 보니 나보다 쿠팡이 이 사고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며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의회 불출석, 자체적으로 조사한 이후 결과 통보 등 한국 국민과 의회를 만만하게 보는 행위들이 반복되자 쿠팡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해외 체류를 이후로 계속해서 국회 출석에 불응하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쿠팡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 출석에 불응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한다. 국회증언감정법 제12호 1항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 고의로 출석요구서의 수령을 회피한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방해하거나 검증을 방해한 자에 대하여도 제1항의 형과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발이 이루어져도 대부분 벌금형 약식기소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회 출석 요구를 받은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출석 기간 동안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하며 이후 검찰에 고발돼도 수백만 원의 벌금을 내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불출석이 단순한 정치적 비난이나 벌금형으로 끝나기보다 법적·금전적·제도적인 패널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의회 증인 출석은 정치적 요청이 아니라 법적 의무에 가깝다. 이에 상·하원은 조사 과정에서 증인에게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불응할 경우 '의회 모독(contempt of Congress)' 혐의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 2021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고문은 하원 조사위원회의 소환 요구를 거부했다가 징역 4개월 형을 받았다. 또한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해외 체류나 업무 일정은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 해외에서는 국회 출석 요구에 불으할 경우 최대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유럽 연합(EU)의 경우 개별 CEO 출석 문제를 넘어 플랫폼 자체를 규제하고 있다. 메타·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이 각국 의회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했다. DSA는 EU 내에서 사업을 하는 대형 플랫폼에 대해 ▲역내 법적 대표 지정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상시 관리 의무 ▲알고리즘·내부 자료 제출 의무를 부과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과징금이나 서비스 제한까지 가능하다. CEO를 국회로 불러 세우지 못하더라도 기업 전체가 대가를 치르도록 제도를 설계한 것이다.


호주는 국회 증인 출석 요구에 비교적 강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나라다. 호주 상원과 하원 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증인 출석과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의회 모독(contempt of Parliament)'으로 판단될 수 있다. 의회 모독이 인정될 경우 벌금 부과는 물론 추가적인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


백진아 씨(41·여)는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가 너무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 자꾸 반복해서 쿠팡 측에서 출석을 회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안 좋은 선례를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강력한 제도 보완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회 출석 요구는 국민의 대표자들이 하는 요구로 봐야 하는데 이런 곳에 불출석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또한 불출석으로 얻는 것이 출석으로 잃는 것보다 많다고 판단해 출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경우보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출석을 거부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판단되는 만큼 처벌을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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