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주요 사립대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학 측은 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이 누적돼 왔고 교육 여건이 나아지기 위해서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학생들은 부담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교육 개선 효과는 느끼기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주요 사립대에서 등록금 인상이 잇따라 가시화되자 총학생회들이 이를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전날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3.19% 등록금 인상안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 당시 학교가 약속한 ‘등록금 환원’과 ‘교육환경 개선’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도 지난 8일 열린 제1차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회의 이후 “학생은 학교의 ATM이 아니다”며 “지난 인상 당시 요구안도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현 상황에 학생이 고려되지 않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인상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역시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전제로 한 재정 확충이 아니라 정부의 책임 강화와 대학의 구조적 개혁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며 “학생 동의 없는 등록금 인상, 민주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등심위, 책임 없는 재정 논의에 학생 사회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연세대와 성균관대, 경희대 등의 총학생회도 연이어 SNS에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등 반발에 나섰다.
학생들의 격한 반발에도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은 현실화되고 있다.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과 함께 늘어날 경제적 부담에 이어 학교에 대한 강한 불신을 토로하고 있는 반면 대학 측은 재정 부담과 교육 경쟁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대학들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 따라 직전 3개연도(2023~2025)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2배인 3.19%까지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서강대는 최근 올해 등록금을 2.5%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서강대는 지난해에도 14년 만에 4.85% 인상을 발표한 바 있다. 연세대·고려대·한국외대는 올해 등록금을 전년보다 3.19% 올릴 방침이다. 이는 올해 적용 가능한 법정 상한선에 해당한다. 앞서 연세대가 지난해 4.98%, 고려대와 한국외대가 각각 5%씩 등록금을 인상한 바 있다.
최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가 154개 회원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 대학 현안 관련 조사’에서 응답 대학 87곳 가운데 52.9%인 46개교가 ‘인상할 계획이다’라고 응답했다. ‘아직 논의중이다’라고 답한 학교는 34교(39.1%)였으며 ‘동결할 계획이다’는 7개교(8.0%)에 불과했다.
인상한 등록금의 우선 사용분야 1순위는 ‘대학 내 교육인프라 개선’이었다. 뒤이어 ‘AI 대전환(AX) 시대에 대비한 학사조직 및 교육과정 개편’, ‘학생복지 지원시스템 확대 및 시설 개선’ 등이었다.
사총협 황인성 사무처장은 “국가 채무가 급격하게 증가했음에도 공무원들의 봉급은 인상하고 국립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은 확대하면서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동결해야 하는 근거가 없다”며 “AX 대전환시대를 맞이해 대학 교육의 질 제고와 첨단 교육환경 구축을 통해 날로 추락하고 있는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립대학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서는 등록금 자율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지역거점국립대학 육성을 국정과제로 제시함에 따라 사립대들 사이에서는 우수 교수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이 학생들의 학업 지속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날 교육부 정병익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년 등록금을 기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 규모(직전 3개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2배)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그간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던 교육부는 올해 초부터 대학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해 규제 완화를 결정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국가장학금Ⅱ 규제를 폐기한 것은 사실상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교육부는 이달 초 각 대학에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를 안내하면서 ‘등록금 동결’ 요청 문구를 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립대와 다르게 국립대학은 올해에도 동결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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