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별미로 꼽히는 통통한 굴과 싱싱한 조개. 하지만 이 제철 음식들이 지금 불청객을 몰고 오고 있다.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으로 급증한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의 상당수가 바로 굴과 조개 같은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은 뒤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 미식의 계절이 자칫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의 시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생굴 / 뉴스1
20일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병원급 210개소의 장관감염증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10일 일주일간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548명에 달했다.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지속 증가한 환자 수가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전체 환자 중 0~6세 영유아가 39.6%를 차지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층의 피해가 두드러졌다. 질병청은 영유아 연령층 환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어린이집, 키즈카페 등 영유아 관련 시설의 위생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으로 꼽힌다. 연례적으로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11월~3월)까지 주로 발생하는데,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영하 20도의 추운 날씨에서도 활동력을 잃지 않고 전파된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성이 떨어지지만, 노로바이러스는 오히려 저온에서 생존력이 강해 겨울철 감염병으로 자리 잡았다.
감염 경로는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나 음식물, 특히 어패류를 섭취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MBN에 따르면 제철을 맞은 굴이나 조개를 날것으로 먹었다가 감염된 사례가 특히 많다. 수산물 상인들도 굴 같은 걸 먹었을 때 배 아픈 사람들 있다며 가급적이면 익혀 먹으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겨울철 굴과 조개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맛이 가장 좋은 시기지만, 바로 이 시기에 노로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함께 높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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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주요 증상은 구토와 설사인데, 연령대에 따라 증상 양상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윤지현 고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MBN 인터뷰에서 "소아는 메스꺼움이나 구토 증상이 많고, 성인은 상대적으로 설사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사람에 따라 복통, 오한, 발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은 대체로 1~3일 정도 지속되다가 저절로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노인의 경우 탈수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사람 간 전파다. 지난해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 집단발생 사례 627건을 분석한 결과, 원인병원체가 노로바이러스이며 감염경로가 확인된 102건 가운데 61.8%(63건)가 사람 간 전파로 확인됐다. 이 중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영유아 관련 시설에서 발생한 비중이 71.4%(45건)로 가장 컸다. 환자 접촉을 통한 전파는 물론 환자 구토물의 비말을 통한 감염도 가능해 소량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는 노로바이러스는 보육시설에서 집단감염으로 확산할 우려가 크다.
특히 노로바이러스는 감염력이 매우 강해 단 10개 정도의 바이러스 입자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한 명의 환자가 배출하는 바이러스 양은 수십억 개에 달하기 때문에 집단시설에서는 한 명이 감염되면 순식간에 여러 명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발생하면 학급 전체로 번지는 경우가 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가 필수다. 손 소독제보다는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며, 특히 화장실 사용 후, 기저귀 교체 후, 식사 전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알코올 성분의 손 소독제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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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는 흐르는 물에 세척한 뒤 85도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 굴과 조개류를 먹을 때도 반드시 85도 이상 온도로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신선하고 맛있어 보이는 굴이라도 날것으로 먹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끓인 물이나 안전한 식수를 마시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경우 반드시 끓여 마셔야 하며, 정수기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달리 알코올로 제거할 수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MBN 보도에 따르면 1대 50 비율로 물에 희석한 락스가 효과적이다. 화장실 변기나 문고리 등을 철저히 소독해야 가족들의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으며, 구토나 설사가 발생한 장소의 장난감 등 모든 물품과 접촉 표면에 대해서도 반드시 세척 및 소독을 해야 한다. 특히 구토물이나 배설물을 처리할 때는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처리 후에는 즉시 소독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증상이 사라진 다음 48시간까지 등원, 등교 및 출근을 자제하고 화장실을 비롯한 생활공간을 다른 가족과 구분해 생활해야 한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해서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 사용 시 배변 뒤 물을 내릴 때 변기 뚜껑을 닫아 비말로 인한 노로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기 뚜껑을 열어둔 채 물을 내리면 바이러스가 포함된 물방울이 공기 중으로 퍼져 화장실 내 다양한 표면을 오염시킬 수 있다.
백신이 없는 데다 한 번 걸리고 나서 바로 다시 감염될 수 있어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는 유전자형이 다양해 한 가지 유형에 대한 면역이 생겨도 다른 유형에는 감염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에 노로바이러스에 걸렸던 경험이 있더라도 방심하지 말고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동절기에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관감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히 손 씻기와 안전하게 조리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며 "개인위생을 스스로 지키기 어려운 영유아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학부모와 선생님이 일상생활에서 영유아들이 올바른 손 씻기를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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