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차량 판매 이후에도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매달 사용료를 받는 '구독형' 모델이 자동차 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는 일회성 제조·판매 산업에서 플랫폼 기반 수익 산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내세워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책정한 자율주행 구독료는 월 30~200달러 수준으로 기능과 적용 범위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 경쟁을 이끌어온 테슬라도 최근 수익 모델 전환 방침을 발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테슬라는 2월 14일 이후 FSD 판매를 중단한다"며 "이후 FSD는 월간 구독 방식으로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테슬라는 FSD를 일시불 8000달러(약 1182만원)로 판매하거나 월 99달러(14만6000원) 구독제로 제공해 왔다. 그러나 다음달 14일부터는 구독제로만 운영하면서 차량 출고 이후에도 매달 구독료를 받는 수익 모델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제네럴 모터스(GM)와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GM은 ‘슈퍼크루즈’, 포드는 ‘블루크루즈’로 월 30~50달러대 수준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벤츠는 고속도로 조건부 자율주행 기능 '드라이브 파일럿' 구독료가 월 208달러(30만8000원) 안팎에 달한다.
이 같은 흐름은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자율주행 구독 모델은 소프트웨어 특성상 초기 개발 이후 추가 비용이 크지 않아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는 구조다. 자동차 산업은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수익성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자율주행 기술을 자체 플랫폼으로 확보해 장기적인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구독형 자율주행의 잠재 시장 규모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이익 확대 효과는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신차 구독 서비스 채택률을 평균 30%로 가정할 경우 영업이익 개선 폭이 최소 12%에서 3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같은 조건에서 글로벌 자동차 구독 서비스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익 규모가 1180억달러(약 17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SDV 전환과 함께 구독형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에 이미 탑재된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활성화하는 'FoD(Function on Demand)' 서비스를 확대하며 차량 출고 이후에도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최근 자율주행 조직을 재정비하고 외부 기술 인재를 영입하며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 중인 모셔널과 국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조직 간 연계를 강화해 주행 데이터 축적과 모델 고도화를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규칙 기반 모델과 인공지능(AI) 기반 방식을 결합한 자율주행 구조를 통해 단계적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구독형 상품의 핵심인 자율주행·ADAS 영역에서 상용화 속도를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특정 제조사의 독점 영역을 넘어 범용 플랫폼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구독 전환으로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AI 시스템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완성차 업체들을 끌어들이는 등 경쟁 구도가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는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의 성패를 결정할 변수로 기술 확보 '속도'를 꼽는다. 단순한 자율주행 기능 구현을 넘어 ▲지속적인 업데이트 ▲대규모 주행 데이터 축적 ▲안전성 검증 체계를 빠르게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와 검증, 데이터 축적을 얼마나 빠르게 선순환 구조로 만들 수 있는지가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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