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국내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순항 중인 가운데 K뷰티 색조 시장의 주도권이 브랜드에서 제조 플랫폼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초단기 유행이 일상화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보다 빠른 제품 구현 능력을 갖춘 제조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이 같은 구조가 시장의 기본형으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12.3% 증가한 114억달러(한화 약 16조8286억원)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월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1억달러(약 1조6238억원)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기초 화장품이 85억4000만달러(약 12조6076억원)로 전체 성장을 견인했으며, 색조 화장품 역시 전년 대비 12.0% 증가한 15억1000만달러(약 2조2292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K뷰티의 위상을 뒷받침했다.
다만 색조 시장 내부에서는 외형 성장과는 다른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색조화장품은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품목으로 꼽힌다. 컬러와 제형은 물론 패키징 감성까지 짧은 주기로 교체되면서,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가 장기간 시장을 주도하기 어려운 환경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SNS와 플랫폼 반응에 따라 유행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며 브랜드들은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초단기 사이클로 운영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 것이다.
이에 색조 산업이 트렌드 반영과 더불어 ‘속도 산업’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에는 브랜드 인지도와 대표 제품이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제품을 구현하고 교체할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전반에서 제조 단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단기 유행 환경은 개별 브랜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색조 제품은 기초 화장품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패키징 비중이 높아 용기 디자인과 금형 제작, 부자재 조달 등 초기 투자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급격히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최근 시장 트렌드가 여러 품목을 소량으로 생산하는 게 일반화되면서 제품 수명이 더 짧아진 탓에 패키징과 공정 단계에서 발생한 고정비를 회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즉 판매량과 체감 수익성 사이의 괴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용 부담과 운영 환경 변화 속에서 색조 시장에서는 브랜드와 제조사의 역할이 보다 분명하게 나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브랜드들의 제형 개발과 생산 전환, 일정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이를 내부 조직만으로 대응하기에는 부담이 커졌다. 자연스레 제품 콘셉트 기획에서부터 마케팅, 콘텐츠 설계, 개발과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외부 제조 파트너와 협업하는 방식을 체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반면 여러 브랜드의 요구를 동시에 소화하는 제조 플랫폼의 경우 구조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특정 브랜드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대응력을 통해 시장 변동성에 적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트렌드의 변화로 색조 산업의 경쟁 구도 역시 큰 변화를 맞았다. 브랜드 간 인지도 경쟁에서 벗어나 누가 더 빠르고 유연하게 트렌드를 구현할 수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 브랜드가 등장하더라도 그 영향력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반면 제조 플랫폼은 산업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업계 관계자는 “색조 시장은 트렌드 반영 속도가 중요한 만큼 대응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다양한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구현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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