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삼성 오너 일가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6년에 걸쳐 부담해온 12조원대 상속세 납부가 사실상 ‘마지막 코너’를 돌고 있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또다시 대규모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연부연납 제도의 종착점이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라희 명예관장은 이달 9일 신한은행과 삼성전자 보통주 1500만주에 대한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일 종가(13만9000원)를 기준으로 한 평가액은 약 2조850억원 규모로, 올해 6월 30일까지 시장에서 분산 매각되는 구조다. 홍 명예관장은 공시에서 이번 신탁 계약 목적을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으로 명시해, 4월 예정된 마지막 상속세 납부 재원을 미리 마련하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14만원선 안팎까지 치솟은 만큼, 실제 처분 금액은 계약 당시 평가액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12조 상속세 6년 연부연납, 마무리 수순
삼성 오너 일가는 2020년 이 선대회장 별세 이후 약 12조원을 상속세로 신고하고 2021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6회에 걸쳐 분할 납부(연부연납)하기로 했다. 첫 회분을 포함해 현재까지 다섯 차례 납부가 이뤄졌고 오는 4월 마지막 6차 납기가 남아 있다. 상속 재산은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 약 19조원에 부동산·미술품 등을 더해 총 26조원 안팎으로 추산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금액이 세금으로 돌아간 셈이다. 상속세 부담액은 홍라희 명예관장이 약 3조1000억원으로 가장 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세 모녀는 ‘지분 매각+담보대출’, 이재용은 ‘배당+신용’
상속세 재원 마련 방식에서도 오너 일가 내부의 대비가 뚜렷하다.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이서현 사장은 그동안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잇따라 신탁·매각하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병행해 세금을 충당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도 세 모녀는 총 1771만6000주의 삼성전자 주식을 신탁 계약 형태로 처분해 약 1조7000억원을 마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1.49%, 0.71%, 0.77%까지 떨어졌다. 이번 1500만주 매각이 모두 완료되면 홍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23% 수준으로 더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S 주식을 법원에 납세 담보로 공탁했을 뿐 실제 매각이나 담보대출 없이 상속세 납부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삼성전자·삼성생명 등에서 나오는 막대한 배당금과 일부 신용대출을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배당금만 3000억원대 중반을 수령해 국내 ‘최대 배당 수혜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번 상속세 분할 납부 과정은 삼성 오너 일가가 세금과 지배구조, 주주가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가가 재계에서 나온다. 세 모녀는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삼성전자 지분을 상당 부분 줄였지만 이재용 회장은 주식 매각을 피하면서도 삼성전자 지분 1.65%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12조원 시대’가 막을 내리면 오너 일가의 지분 구도와 지배력 재편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최고권을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상속세 이슈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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