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 논란의 이면은 통합 주도권 다툼…역대 통합사례의 교훈
(광주·무안=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시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 통합자치단체의 명칭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가칭 '광주전남특별시'로 논의돼 온 명칭에 대해 전남도의회가 '전남·광주 특별시' 또는 '전남광주특별시'로의 변경을 촉구하면서, 명칭 문제가 단순한 호칭 논쟁을 넘어 통합의 성격과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논쟁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인다.
광주 지역에서는 '광주'라는 도시 명칭이 광역 행정체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정체성 우려가 나온다.
반면 전남 지역에서는 통합 명칭이 광주 중심으로 굳어질 경우 정책·재정 배분이 대도시 위주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계심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특히 명칭 논란의 이면에는 통합 이후 권한 배분과 의사 결정 구조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명칭 배열이나 표기 방식 그 자체보다, 이름이 상징하는 통합의 주도권과 정책 방향성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본질이라는 것이다.
전남도의회가 특별법 단계에서부터 명칭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법률 제명과 조문에 담기는 명칭이 향후 정책 해석과 권한 행사에서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전남 행정통합과 동시에 진행 중인 대전·충남 통합 논의 역시 명칭 갈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전충남특별시'와 '충청특별시' 등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논의가 통합 주도권 다툼으로 번진 상황이다.
이 같은 명칭 갈등은 과거 행정통합 과정에서도 반복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 마산·창원·진해 통합이다.
당시 통합시는 신설 지방자치단체였음에도 불구하고 명칭을 '창원시'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마산과 진해 지역에서는 '흡수 통합'이라는 인식이 확산했고, 통합 이후에도 도시 정체성 논란과 행정·재정 불균형 논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명칭 선택이 통합 이후 갈등의 출발점이 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전남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통합하면서 '여수시'로 명칭을 결정했지만, 산업도시였던 여천 지역에서는 '흡수 통합'이라는 인식과 함께 행정·재정 소외 우려가 상당 기간 이어졌다.
반대로 '세종특별자치시'는 연기군과 공주시 일부, 청원군 일부를 통합해 출범했지만, 어느 지역의 기존 명칭도 사용하지 않았다.
'세종'이라는 새로운 상징을 채택함으로써 지역 간 우열 논쟁을 차단했고, 명칭을 둘러싼 갈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다만 국가 주도의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는 특수성이 있어, 일반적인 광역 통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명칭 갈등을 제도적 보완으로 관리한 사례로는 청주시와 청원군 통합이 거론된다.
당시에도 '청주시 유지'에 대한 청원군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통합 이후 농촌지역 지원과 행정·재정 특례를 별도 법률로 규정하면서 갈등을 완화했다.
결국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성패는 이름 그 자체보다, 명칭에 담긴 불안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해소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명칭 논란이 추상적인 이름을 두고 다투는 문제로 비칠 수 있으나, 통합을 둘러싼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명칭을 둘러싼 의회 갈등이 첨예해질 경우 향후 의회 동의 절차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pch80@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