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칼바람이 한강 하구를 훑고 지나가던 1월 어느날, 고양특례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람사르 장항습지의 추수가 끝난 빈 논 위로 드론 2대가 날아올랐다.
드론이 빠르고 고르게 볍씨를 흩뿌리자 철새 3만마리의 식탁이 차려졌다.
국내 유일의 람사르 등록 한강 하구 습지이자 매년 3만마리가 넘는 철새가 찾는 장항습지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고양시는 2023년 전국 최초로 드론을 이용한 철새 모이주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12월에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이어지는 이 활동을 이끄는 이는 이준석 장항습지 철새드론급식봉사대장(56)이다. 덕양구 도내동에서 농사를 짓는 그는 3년째 겨울이면 매주 두 번 장항습지로 향한다.
봉사대가 출범한 계기를 묻자 이 대장은 “고양시 4-H OB회원들이 젊은 농부들을 돕기 위해 만든 청춘드론봉사단이 모태”라며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한번 봉사에 참여한 분들은 보고 느끼고 다시 찾아온다”고 말했다.
14명의 드론봉사대는 일반 봉사자 35명과 조를 짜 일주일에 두 번 드론 및 트랙터로 장항습지 곳곳에 각종 곡물을 뿌린다.
철새 먹이는 고양시가 수매한 장항습지에서 추수한 볍씨와 녹두, 따콩, 서리태 등 인천본부세관이 압수한 곡물, 그리고 기업 ESG 기부 자원 등이다.
사업 취지에 공감한 세관이 제공 물량을 대폭 늘려 올해 살포할 먹이는 총 64t이다. 지난해(23t)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고양시농업기술센터가 제공한 50㎏ 하중의 드론과 봉사대원 소유의 25㎏짜리 드론이 쉴새 없이 볍씨를 뿌려대지만 한번에 2.5t을 살포하려면 1시간 반 동안 봉사대와 시 담당자 모두 숨 돌릴 틈이 없다.
춥지 않은지를 묻는 우문(愚問)에 이 대장은 “춥지만 철새들이 이 먹이를 먹고 장항습지로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면 그걸로 추위는 다 잊혀진다”고 전했다.
또 “드론 급식은 넓은 지역에 많은 양을 빠르고 고르게 뿌릴 수 있고 철새 배설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조류독감을 예방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철새와 사람 모두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드론이 활약하기 전에는 봉사자들이 대야에 곡물을 담아 일일이 뿌리는 고된 작업을 맡았다.
드론 급식의 효과는 전 세계에 5천마리만 남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가 하루에 66마리 관찰되면서 확인됐다.
봉사활동을 마친 이 대장은 “먹이 살포를 끝내고 우리가 철수하면 철새가 모여 들어 맛있게 식사를 한다. 장항습지생태관 전망대에 오늘 몇 마리 왔다는 연락을 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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