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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거나 비싸거나”…극단 치닫는 유통가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이 올들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1000~5000원 균일가 생활용품 편집숍 ‘와우샵’을 4개 점포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한 달 만에 목표 매출의 3~5배를 달성했다. 이마트는 품목과 매장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최근 ‘68피자’(6800원), ‘15핫도그’(1500원) 등 초저가 PB 상품을 전 점포에 출시했다. 지난해 여름 ‘가성비 치킨 전쟁’으로 시작된 초저가 경쟁이 간편식 전반으로 빠르게 번지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도 흐름은 같다. CU의 초저가 PB ‘득템시리즈’는 990원 즉석밥, 480원 라면 등을 앞세워 올해 출시 5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개를 넘어섰다. 2024년 출시한 GS25의 ‘리얼프라이스’는 2년 만에 120여종까지 라인업을 확대했다. 현재 편의점 3사의 전체 PB 매출 비중도 30%에 육박한 걸로 추정된다. 한때 틈새 상품으로 불리던 초저가 제품이 주류로 편입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백화점은 고소득층을 겨냥한 초프리미엄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주요 점포의 VIP 매출 비중은 40~50%에 달한다. 국내 매출 1위 점포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지난해 52%를 기록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연 1억 2000만원 이상 고객을 위한 ‘블랙 다이아몬드’ 등급을 신설했고, 현대백화점은 올해 최고 등급 ‘쟈스민 블랙’ 위에 ‘쟈스민 시그니처’를 새로 만들었다. 롯데백화점은 골프·승마·웰니스 등 아카데미 혜택을 강화했다.
명품 매출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대비 19.5%, 11월엔 23.3% 늘었다. 연매출 1조원을 넘긴 ‘1조 클럽’ 점포는 역대 최다인 13곳으로 늘었고,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은 나란히 3조원대 매출을 이어갔다. 백화점 전체에서 명품의 위상이 매출 중심축으로 자리잡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중간이 사라진다…양극화의 구조적 심화
이 같은 소비 양극화는 소득 격차와 궤를 같이한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상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은 1억 7338만원으로 하위 20%(1552만원)의 11배에 달했다. 고소득층 소득은 전년 대비 4.4% 늘었지만, 저소득층은 3.1% 증가에 그쳐 격차가 더 벌어졌다. 계층별 벌이 차이가 커질수록 소비도 양 끝으로 쏠린다.
문제는 양극화가 올해부터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1인 가구는 전체의 35%를 넘어섰다. 이들 상당수는 소득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초저가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반면 부동산·금융자산을 축적한 고소득층은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명품 소비를 이어간다. 가격에 민감한 층은 빠르게 늘고, 고소득층으로의 자산 쏠림은 심화한다. 중간만 비어가는 구조다.
업계에선 이미 중간이 사라졌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아예 싸거나, 비싸야 살아남는다. 실제로 패션업계에선 중가 브랜드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부진 점포를 닫는 대신 핵심 점포 리뉴얼과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와 점포 정리를 가속화하고, 양 끝단 전략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중간 가격대 상품이 시장의 허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 허리가 빠지고 있다”며 “소비가 양 끝으로 쏠리다 보니 유통사들도 초저가나 프리미엄에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이런 양극화가 고착되면 전체 소비 파이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라며 “중간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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