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생으로 조지아 귀화해 2010 밴쿠버 대회 이어 두 번째 출전
같은 아이스댄서로 2020년 세상 떠난 오빠 그리며 마지막 도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무려 16년 만에 동계 올림픽 무대에 복귀하는 선수가 있다.
리투아니아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선수 앨리슨 리드(31)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조지아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리드는 지난해 9월에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추가 예선에서 사울류스 암브룰레비추스(33)와 함께 우승하면서 16년 만에 올림픽 은반을 다시 밟게 됐다.
리드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참담한 상황이 이어졌고 표류하는 인생을 살았다"며 "세상을 떠난 오빠가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내 모습을 보면서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리드는 어린 시절 피겨를 시작해 아이스댄스 파트너의 국적에 따라 많은 국가를 대표했다.
리드는 "아이스댄스는 여자 선수보다 남자 선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남자 선수의 국적을 따라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남자 파트너를 찾던 중 조지아 출신 오타르 자파리드제를 만났고, 조지아 국적을 취득해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다.
메달 획득엔 실패했으나 리드는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어갔다.
그는 새 파트너인 이스라엘의 바실리 로고프를 따라 이스라엘 대표팀으로 활동하면서 올림픽 메달 꿈에 도전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결별했다.
약 2년 동안 방황의 길을 걸은 리드는 2017년 조지아의 암브룰레비추스를 만나 재기했다.
두 선수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보였다. 그러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엔 출전하지 못했다.
리드가 번번이 리투아니아 국적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대회는 두 선수 중 한 선수의 국적에 따라 출전할 수 있지만, 올림픽은 두 선수 모두 국적이 같아야 그 나라를 대표해 뛸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리드가 두 차례나 리투아니아 귀화에 낙마하자 리투아니아 내부에선 그의 귀화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 11월 대통령 지시로 특별 귀화에 성공하면서 올림픽 출전의 꿈을 다시 품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리드-암브룰레비추스 조는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힌다.
두 선수는 2025-2026 ISU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2위와 3위에 올랐고 왕중왕전인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5위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리드는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밀라노 올림픽을 준비한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오빠와 함께 뛴다는 생각으로 이번 올림픽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리드의 오빠인 크리스 리드는 피겨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으로, 2010 밴쿠버, 2014 소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2020년 3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리드는 오빠의 사망 이후 항상 오빠의 사진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릴 때마다 사진을 무릎 위에 꺼내놓는다.
16년 만에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지난해 9월 밀라노 올림픽 추가 예선전에서도 사진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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