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총 3772억 원을 투입해 건립한 글로벌 R&PD 센터로 본사와 연구소 이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하며 바이오 클러스터로서 송도의 위상을 제조 거점에서 연구개발의 두뇌 기지로 격상시키는 행보를 시작했다.
인천 송도는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굴지의 바이오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두며 세계적인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로 자리 잡았다.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합류는 단순한 기업 이전을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생산 능력에 치우쳐 있던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에 고도화된 연구 역량이 더해지며 진정한 의미의 K-바이오 허브가 완성되는 퍼즐 조각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19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새로운 심장부인 글로벌 R&PD 센터는 대지면적 3만 413.8㎡에 연면적 6만 4178.37㎡, 지하 2층에서 지상 7층에 이르는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은 단순한 사무 공간이 아니라 기초 연구부터 상업 생산 직전 단계인 공정 개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원스톱 개발 체계'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 SK바이오사이언스
센터의 핵심 경쟁력은 연구와 생산 사이의 간극을 없앤 파일럿 랩(Pilot Lab)에 있다. 바이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실험실 수준의 성과를 실제 대량 생산으로 옮기는 스케일업(Scale-up) 단계는 가장 까다로운 구간으로 꼽힌다. 기존에는 연구소에서 나온 결과를 경북 안동에 위치한 생산 공장 L 하우스로 가져가 테스트해야 하는 물리적, 시간적 제약이 존재했다. 이제는 송도 센터 내에 구축된 글로벌 수준의 파일럿 랩에서 소규모 시험 생산과 공정 검증을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신규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연구 시설의 질적 수준 역시 국내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요성이 커진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을 비롯해 세포 유전자 치료제의 핵심인 바이럴 벡터, 단백질 재조합 등 차세대 백신 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특화된 실험실이 들어섰다. 다양한 방식의 백신을 동시에 연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유연한 환경은 급변하는 글로벌 전염병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이 된다.
건물 내부 설계에는 소통을 통해 혁신을 만들어내려는 경영 철학이 녹아있다. 부서 간의 벽을 허물기 위해 전 층을 개방형 계단으로 연결했다. 구성원들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대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대화를 나눈다. 로비 디자인은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Cell)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형상화해 바이오 기업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여기에 SK그룹의 창업 정신과 역사를 담은 패기월(Passion Wall)을 설치해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글로벌 파트너십 확장을 염두에 둔 비즈니스 공간 배치도 눈에 띈다. 1층에는 1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행사장과 다양한 크기의 회의실을 배치했다. 외부 손님이나 해외 파트너사가 방문했을 때 보안 구역인 연구실 내부를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밖에서 안전하게 공정 시설을 관람할 수 있는 전용 복도(Viewing Corridor)를 만든 점은 세심한 전략이다. 이는 기술 유출의 우려 없이 자사의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효과적인 비즈니스 도구로 활용된다.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 인프라도 대폭 확충했다. 최고 사양의 IT 인프라와 AI 기반 업무 도구를 도입해 스마트 워크 환경을 구축한 것은 기본이다. 사내에는 전문 피트니스 센터와 휴식 라운지, 사내 식당 등 생활 편의 시설이 호텔급으로 마련됐다. 특히 본사 바로 옆 부지에 50명 정원 규모의 사내 어린이집을 신설한 점은 젊은 연구 인력들의 가장 큰 고민인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보육료와 특별 활동비 전액을 회사가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강력한 유인책이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송도 입주를 기점으로 글로벌 백신 명가로의 도약에 속도를 낸다. 폐렴구균 백신과 같은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등 국제기구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이곳에서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인수한 독일의 위탁생산(CMO) 기업 IDT 바이오로지카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 수립도 이곳 송도 통합 사옥에서 이루어진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이번 이전에 대해 단순한 사옥 변경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안 사장은 송도 글로벌 R&PD 센터가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실현하는 실질적인 인프라임을 강조하며, 연구와 공정, 그리고 글로벌 협력이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이 공간에서 세계 공중보건에 기여하는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도 시대를 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인천을 넘어 세계 바이오 지형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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