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끝나는 밤이면 유독 매운 음식이 당긴다. 하루 종일 쌓인 피로와 답답함을 한 번에 털어내는 느낌 때문이다. 매운 족발이나 양념이 진한 야식을 앞에 두고 땀을 흘리며 먹다 보면 속이 시원해지고, 배가 차오르면 곧바로 졸음이 몰려온다. 그렇게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도 잘 먹었다는 만족감이 남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밤에 이것을 먹고 잠들었더니 아침에 눈이 안 떠질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어버렸다는 경험이 적지 않다. 거울을 보면 눈두덩은 무겁게 부어 있고, 턱선은 사라진 듯 둔해진다. 잠은 충분히 잤는데도 몸은 오히려 더 피곤하다. 밤새 깊이 쉰 것처럼 느껴졌지만, 몸속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매운 양념과 기름진 음식이 함께 들어간 상태에서 바로 잠들면 위장과 장은 쉬지 못한다. 소화를 마치지 못한 음식이 오래 머물며 수분을 붙잡고, 염분과 자극적인 성분이 몸속에 남는다. 이 과정에서 체내 균형이 흐트러지고, 얼굴과 눈가로 수분이 몰리면서 아침 붓기가 심해진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붓기처럼 보여도 밤사이 장기들은 계속해서 부담을 떠안은 상태로 버텨낸 셈이다.
위장부터 식도까지 이어지는 자극
가장 먼저 반응하는 기관은 위장이다. 캡사이신은 위 점막에 분포한 통각 수용체를 직접 자극한다. 위장은 자극을 중화하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위산을 분비하며, 동시에 족발 속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소화 활동을 서두른다.
문제는 식사 직후 바로 눕는 자세다. 수면에 들어가면 위장의 연동 운동은 낮보다 느려진다. 이 상태에서 강한 산성을 띤 위액과 매운 성분이 위 안에 오래 머문다. 위액은 중력의 도움을 받지 못해 식도 방향으로 쉽게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식도 점막과 위벽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는다.
아침에 일어나 명치가 쓰리거나 목 안쪽이 따끔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밤사이 위 점막이 거칠어지고, 산성 자극이 반복되면서 염증 반응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꺼운 느낌이 남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면 중에도 쉬지 못하는 심장
잠이 들면 몸은 자연스럽게 이완 상태로 전환돼야 한다. 심박수와 혈압이 낮아지고, 장기들은 휴식 모드에 들어간다. 그러나 매운 음식은 이 흐름을 깨뜨린다. 뇌는 캡사이신 자극을 통증이나 열 자극으로 인식한다. 그 순간 교감 신경이 활성화된다.
교감 신경이 우세해지면 혈관은 수축하고 심박수는 빨라진다. 혈압도 함께 올라간다. 밤새 심장은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을 밀어내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힘을 쓴다. 겉으로는 잠든 상태지만, 내부에서는 긴장 상태가 이어진다.
이런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충분히 잤는데도 몸이 무겁고 머리가 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장과 뇌가 쉬지 못한 채 밤을 보냈기 때문이다. 깊은 수면 단계로 진입하기도 어렵다.
혈액과 장에서 이어지는 후폭풍
소화 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에는 혈관과 장에서 변화가 나타난다. 족발에 포함된 지방과 나트륨이 혈액으로 흡수되면 혈액의 점도는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끈적해진 혈액은 흐름이 느려지고, 말초 혈관 순환도 둔해진다. 아침에 얼굴이나 손이 부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에서도 조용한 싸움이 이어진다. 소장에서 충분히 흡수되지 못한 캡사이신은 대장으로 내려간다. 대장 점막은 자극 물질을 빠르게 배출하려고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장은 수분을 끌어당기고, 연동 운동을 갑자기 활발하게 만든다.
아침에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급하게 찾게 되는 이유다. 설사나 묽은 변이 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밤새 장이 자극받았다는 신호다.
잠들기 전 공복이 권장되는 이유
이런 반응은 하룻밤의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운 야식과 즉각적인 수면이 반복되면 위와 식도, 장은 회복할 시간을 잃는다. 수면 시간은 장기가 쉬어야 할 시간인데, 오히려 가장 바쁜 시간으로 바뀐다.
전문가들은 매운 음식은 활동량이 많은 낮에 섭취하는 쪽이 낫다고 조언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최소 몇 시간 정도 소화가 마무리될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위와 심장이 제 역할을 마치고 휴식 상태로 돌아가야 수면의 질도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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