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경영전략] 생각 없는 AI, 지휘하는 인간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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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의 경영전략] 생각 없는 AI, 지휘하는 인간의 시대

소비자경제신문 2026-01-20 10:53:5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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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작가
최송목 작가

[소비자경제] 최송목 작가 = 수년 전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고향 친구 모임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어. 안 써도 사는 데 문제없어.” 복잡하니 굳이 배울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그는 누구보다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 됐다. 기술은 늘 그렇게 온다. 거부의 언어로 시작해, 생활의 언어로 스며드는 것이다.

요즘 AI를 두고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AI는 중독되면 위험하다”는 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 말 저변에는 기술 그 자체에 대한 경계와 변화 앞에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이 혼재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아직 경계와 두려움 속에서 머뭇거리는 사이, AI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넘어갔다. MZ세대는 AI를 검색 도구가 아니라 협업 파트너로 쓰고 있고, 전문직들 또한 조용히 AI를 업무 프로세스에 편입시키고 있다. 이는 유행이 아니라 지능의 사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우리가 전화번호를 외우던 시대에서 이제는 저장 경로를 기억하듯, 인간의 지능은 ‘내용 저장’에서 ‘도구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본질을 김병필 KAIST 교수의 비유가 잘 보여준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맨눈 시력이 아니라 안경을 쓴 상태의 시력을 본다. AI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AI 없이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라, ‘AI와 함께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실력이다. 이제 개인의 경쟁력은 본래 능력이 아니라 AI로 확장된 능력치로 결정된다.

이런 흐름은 이미 산업의 전제가 되고 있다. CES 2026에서 AI는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라 산업의 기본 인프라로 받아들여졌다. 지멘스의 롤랜드 부시 CEO는 “AI는 7년 이내에 우리가 의존하는 거의 모든 시스템에 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AI를 쓸지 말지는 선택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쓸 것인가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산업계는 이미 AI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미래를 준비해야 할 교육 현장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과제에 AI를 쓰는 학생이 늘자 일부 교수들은 이를 ‘의존’으로 보고 사용 여부를 감시하거나 아예 금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는 기술을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기술을 두려워하는 태도에 가깝다.

말의 시대에 자동차 등장을 두고 “편하다고 차를 타면 불공정하다”라고 금지했다면 오늘날의 편리한 교통시대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중요한 것은 수단이 아니라 편안하고 빠른 도착이다. AI사용을 탓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더 깊이 고민하고 더 나은 결과에 이르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합리적인 미래교육이 될 것이다.  

AI의 등장과 변화는 조직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에서 송길영 작가는 지금을 일컬어 ‘대마필사(大馬必死)’의 시대라고 진단했다. 거대한 조직일수록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비용 구조는 무거워진다. 반면 가볍고 민첩한 ‘경량 문명’은 속도와 집중력으로 승부한다.

메시지 앱 텔레그램은 전 세계 월간 이용자 수가 10억 명에 이르지만, 핵심 엔지니어는 약 30명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개발자 1인이 만든 노코드 AI 플랫폼 Base44는 설립 6개월 만에 매출을 내고, 약 8000만 달러에 인수됐다. 인력과 자본의 규모보다 AI를 활용한 속도와 집중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다. 개인은 기업처럼 생산하고, 기업은 개인과 경쟁해야 하는 국면이 열렸다.

이 변화 이면에는 해고와 탈락의 공포가 있다. 송길영 작가는 이를 ‘모든 생업 위로 몰려오는 허리케인’에 비유했다. 조직은 더 이상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개인 역시 소속만으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AI를 배워야 하나, 좀 더 지켜봐야 하나”라고 묻는 사이, AI는 이미 우리의 환경이 됐다. 활 앞에 갑자기 총이 등장했고,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외통수가 됐다. 주어진 길은 하나다.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그리고 생존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던 연주자에서, AI라는 수많은 악기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무엇을 AI에게 맡기고, 무엇을 묻고, 무엇을 인간이 결정할지를 가려내는 판단력, 그리고 기술의 파고 속에서도 끝내 ‘내가 AI가 아님’을 증명하는 인간다움의 유지와 윤리적 책임. 이것이 AI와 함께 일하며 살아가야 할 이 시대의 ‘인간 조건’이 될 것이다. 

생각 없는 AI를, 생각하는 인간이 움직여가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아니라, AI를 다룰 줄 모르는 인간이 도태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npce@daily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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