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프리랜서·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종사자 등 기존의 노동관계법에서 보호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일하는 사람 권리 기본법'을 제정한다고 20일 밝혔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특히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근로자성을 입증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된다.
다음은 지난 19일 진행된 노동부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근로자성'이 인정이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예를 들어 배달기사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모든 보호의 영역 안에 들어온다. 가장 분쟁이 많은 부분이 퇴직금인데, 근로자로 일하고 퇴직했기 때문에 퇴직금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지만 노무수령자(사업주)는 '너랑 나는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퇴직금 체불 진정 사건으로 넘어갔을 때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진정이든 고소·고발이 종결되거나 불기소가 된다. 하지만 조사 결과 지휘·종속관계에 있었다고 하면 노동부가 퇴직금 지급을 노무수령자에게 지도하고, 지급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연차휴가나 휴일 등도 적용되나.
=근로자 추정제는 분쟁을 전제로 한다. (무조건)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연차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분쟁 사건이 있을 때 실제로 이를 주장한 종사자가 근로자라면 연차를 보장해줘야 한다.
-(법 시행 후) 분쟁이 많이 증가할 것 같다.
=분쟁은 좀 더 일어날 것 같다. 법안을 만들 때 '가짜 3.3'으로 무늬만 프리랜서인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했는데, 오분류를 해소하는 게 이 법의 취지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쟁 사건이 노동청에 접수될 것인데, 다행히 근로감독관들이 많이 증원될 예정이라 적극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무제공자가 계약 당시에는 4대 보험 가입이나 주52시간 규제 등이 싫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다가 계약이 끝난 뒤 근로자 추정제를 악용해 소송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그 경우는 추정제와 별개로 가짜 3.3이었다면 원래 근로계약을 맺었어야 맞다. 세금을 덜 내려는 목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원래 근로계약을 체결했어야 하는 사람이 안 했던 것이기 때문에 악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 사건 같은 경우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우선적으로 근로자로 보게 되는 건가.
=만일 민사로 소송을 제기한다면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이때 사측은 '이 사람은 나한테 노무를 제공했지만, 지휘·종속 관계는 아니어서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만일 사측이 충분히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근로자로 인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지휘·감독 여부와 관계없이 일만 하면 다 적용이 되는 건가.
=근로기준법은 강한 지휘·감독을 요구하지만,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지휘·감독이 약했더라도 다 일하는 사람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웹툰 작가들로 예를 들면 담당자가 중간중간에 언제까지 납기해야 되는지, 어디까지 완성됐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할 텐데, 이 정도만 돼도 다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성희롱·괴롭힘 등 분쟁을 지원할 재단 설립도 추진한다고 했는데.
=현장에서는 성희롱·괴롭힘 등에 대한 상담과 분쟁 해결 요구가 많았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지원재단'에서 상담부터 분쟁 해결, 필요하면 법정 소송 지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지원한다. 운영 형태는 기타공공기관 지정 등을 포함해 추진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만일 근로자 추정으로 근로자임이 입증되면 다시 고용계약을 맺어야 하나.
=추정은 해당 분쟁 사건에 한해서만 이뤄진다. 체불 진정 사건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체불에 관해서는 근로자로 인정되지만, 다른 분쟁이 생긴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다만 저희 경험상 체불을 조사해서 근로자라는 판단이 나오면 대체로 근로자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경우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무제공자도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등으로 보호하나. 또 주40시간 초과 가산수당을 청구하거나 주52시간 위반을 주장한다면 보호 대상인가.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거나 징계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규율한다. 다만 노무제공자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경우는 민법상 계약이라, 근로기준법 수준의 강한 보호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고 보다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합리적 이유 없는 계약해지·변경 제한 등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기준과 사례가 축적돼야 한다.
또 겉으로는 노무제공자여도 실질이 근로자라면 주40시간 초과 가산수당 미지급 등이 체불 사건이 될 수 있다. 노동부가 근로자성을 인정하면 가산수당 지급을 지도·명령하고, 불이행 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 민사로는 체불금 확인 소송이나 체불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배달 종사자의 경우 배달 플랫폼 업체와 음식점, 소속 회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그렇다면 이 경우 누가 사업자가 되나.
=누가 사업자가 되는지는 권리 의무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플랫폼 종사자나 프리랜서는 근로자들과 달리 단일한 사용자를 상대로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배달기사 수수료와 관련된 분쟁이 생기면 그 상대방은 배달 플랫폼 업체가 되고, 소속 회사 내에서 괴롭힘이 있었다고 하면 그 회사와의 관계가 성립된다.
-노동계에서는 기본법이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종사자들의 신분을 나누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기본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든 아니든 누구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개별법이 그 사람을 더 강하게 보호하고 있다면 그 법에 따르라는 것이기 때문에 신분을 나누는 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지기본법 같은 것도 보면 모든 국민에 대한 복지 혜택을 다 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상위 계층이나 기초수급대상자에게 더 강력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 경우를 우리가 신분을 나눈다고 표현하지는 않는 것 같다.
-기본법보다 개별법(근로기준법 등)이 우선되는 경우가 생기면 법 제정 취지가 훼손될 수 있지 않을까.
=헌법과 기본법, 개별 법률이 순서대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게 없을 텐데 지금은 개별법에 끼어드는 상황이니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본법이 만들어지면 그 정신대로 개별법이 개정 작업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법들 사이의 모순관계는 기본법 정신에 맞춰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법 재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장기적으로 어떤 법의 제·개정이 필요할지는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저희가 기본법 9조에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법령은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산업안전관련이나 직업훈련과 관련된 부분 등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Copyright ⓒ 모두서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