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오늘만 버티면 임명되나...‘식물 국회’ 청구서는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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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오늘만 버티면 임명되나...‘식물 국회’ 청구서는 국민 몫

투데이신문 2026-01-20 09:24: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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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19일로 열리기로 돼 있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내 열리지 못했다. 여야는 자료 제출 미비 등에 대한 쟁점을 해결하지 못한 채 결국 날을 넘겼다. 20일 청문회 개최는 가능하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청문회 개최 불가능쪽으로 흘러가자 결국 이혜훈 후보자만 좋은 꼴이 되고 있다. 국회가 끝내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면 그만이다. 결국 국회의 인사청문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국민의힘 임이자 위원장)는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개의조차 하지 못한 채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다 끝났다. 핵심 쟁점은 자료 제출이었다. 야당은 “요구 자료의 15%만 제출된 상태에서 청문회는 불가능하다”고 버텼고 여당과 후보자 측은 “75% 이상 제출했다”며 맞섰다.

이 숫자 놀음 속에서 정작 중요한 의혹 검증은 실종됐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 갑질·폭언 의혹 △장남의 강남 아파트 부정 당첨(위장 미혼) 논란 △배우자의 영종도 토지 거래 의혹 등은 질의응답을 통해 다뤄지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부터 국회 경내에 머무르며 대기했다. 그는 밤 9시 20분경 “위원들이 다 퇴근해 더 기다려도 효과가 없을 것 같다”며 퇴청했다. 이 후보자가 종일 ‘대기’했지만 끝내 여야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고 국민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그가 국가 예산 최고 책임자의 능력이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문제는 오늘(20일)도 청문회가 정상 가동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여야 간사 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개회 0분’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남길 수도 있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수영 국민의힘 간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제회의에서 정회 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 개회 여부와 시기를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과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간사, 박수영 국민의힘 간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제회의에서 정회 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청문회 개회 여부와 시기를 두고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현행 인사청문회법상 국회가 기한 내에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국회가 아무리 검증을 거부하거나 부적격 의견을 내도 대통령의 임명 의지만 있다면 청문회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청문회 보고서 채택 불발-대통령 임명 강행이라는 파행이 벌어졌고 청문회 무용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후보자 입장에선 굳이 민감한 의혹에 해명하다 상처를 입느니 여야 공방으로 청문회가 무산되는 편이 오히려 낫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티면 임명된다’는 학습 효과가 인사청문 제도를 형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은 대통령실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추가 의혹이나 비리가 드러날 수도 있고 이 후보자의 해명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부정적 여론이 커져 낙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런 경우의 수 자체가 삭제돼 버렸다.

그러니 이 대통령으로서도 청문회 후 임명보다 오히려 청문절차 없이 임명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덜할 수도 있다. 청문회 자체가 열리지 않아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민심의 부정적 온도를 확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 청문회 개회를 두고 공방을 펼치는 여야 의원들을 중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임이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 청문회 개회를 두고 공방을 펼치는 여야 의원들을 중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지만 국회의 검증 기능이 멈춘 상황에서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그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이 대통령에게로 과다하게 쏠릴 수 있다. ‘깜깜이 검증’으로 임명된 장관이 향후 정책 추진 동력을 제대로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특히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모든 상임위 일정을 거부하며 ‘식물 국회’를 만들어버리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야권은 벌써부터 “자료 제출 거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임명 강행 시 초강경 대여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사퇴는 없다”며 선을 그은 상황에서 대통령실도 ‘보고서 미채택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을 대신해 고위 공직자를 검증해야 할 인사청문회가 여야의 정쟁 도구로 전락하면서 ‘식물 국회’를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만 가중되고 있다.

이런 정국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과 정치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집권 세력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고 경제정책이 표류하거나 ‘땜질식 단기 처방’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물 국회가 초래하는 막대한 사회적 기회비용은 결국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청구서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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