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고 2040년 탈석탄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이를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 산정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민사회는 “정부 정책이라는 핵심 리스크를 외면한 과대평가”라며 금융당국의 조사를 요구해 주목된다.
기후솔루션과 강릉시민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0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 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정밀 검토를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는 현재 회사채 발행 잔액만 약 1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탈석탄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좌초자산 위험이 커지고, 송전 제약 문제까지 겹쳐 사업 환경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는 신용평가사들이 ‘2040 탈석탄’이라는 중대한 사업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도 이를 사업위험 평가와 수익성, 현금흐름 전망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자체 방법론에서 정부 정책을 핵심 평가 요소로 명시하고도 이를 등급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논란은 석탄발전 수익 안정성의 근거로 활용돼 온 ‘정산조정계수 제도’에서도 불거졌다. 신용평가사들이 공식 재무 평가 항목이 아님에도 총괄원가 보전을 전제로 수익 안정성을 높게 평가하고, 아직 지급되지 않은 미정산금까지 미래 현금흐름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정책 변경 위험과 한국전력의 재무 부담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재무 지표는 이미 취약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기후솔루션이 2022~2024년 평균을 분석한 결과, 총차입금 대비 EBITDA는 4.7배로 기준치(3.5배 이하)를 크게 초과했다. 이자보상배율은 3.47배로 기준(6배)에 못 미쳤고, 영업현금흐름 대비 총차입금 비율도 10.1%에 그쳤다.
그럼에도 삼척블루파워가 ‘A+(안정적)’ 등급을 유지한 것은 사업위험을 ‘AA’ 등급으로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지속적인 재무지표 미달에도 등급이 유지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독립성과 공정성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는 개인투자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척블루파워는 오는 3월 약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차환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해 수요예측에서는 개인투자자 판매 비중이 80~90%에 달했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가동률이 10%대에 머무는 삼척블루파워의 자산 가치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현 A+ 신용등급의 적정성에 대한 즉각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김도현 활동가는 “과대평가된 신용등급으로 연명하는 석탄발전의 환경·건강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지역사회와 투자자 모두를 고려한 신용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연주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모두 정부 정책에 70~80%의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음에도, 2040 탈석탄 정책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는 투자자 보호라는 신용평가의 본래 목적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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