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박사모 술이 가리키는 한국 경제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인천시론] 박사모 술이 가리키는 한국 경제

경기일보 2026-01-19 18:59:14 신고

3줄요약
image

지난해 12월12일,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뉴욕주립대에서 졸업식이 거행됐다. 한국과 미국의 국가가 차례로 연주되는 등 이색적인 순서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지도교수가 졸업생의 박사모 술(tassel)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겨주는 장면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에 맞춰 석사와 학사 졸업생 모두 학위모의 술을 왼쪽으로 넘긴다.

 

이 짧은 동작은 단순한 의식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개인의 성장을 위해 노력한 졸업생의 성취를 축하하는 동시에 이제는 학위를 받은 엘리트로서 삶의 방향을 사회로 돌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학이라는 고등교육 체계는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한 사회가 개발하고 지지해 온 최상의 인재 양성 시스템이다.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은 선택받은 소수이며 국가와 사회는 이들에게 한 단계 높은 책임을 요구한다. 졸업생들이 ‘나의 성공’을 넘어 ‘우리 공동체’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졸업식, 특히 학위모의 술을 옮긴 이후에는 개인적 성취와 공동체 발전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자연스럽게 적용된다.

 

이러한 균형은 경제학의 두 가지 기준인 효율성(efficiency)과 공평성(equity)으로도 설명된다. 효율성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영역이다.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추구하고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한편 공평성은 사회적 정의의 영역이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기회와 혜택을 균형 있게 보장하는 기준이며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 전체의 조화를 중시한다.

 

경제 주체로서 소비자와 기업은 생존을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공평성의 문제가 반드시 제기된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같은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이라는 효율성을 위해 공평성을 일정 부분 희생한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기업이 법을 어기거나 소비자의 희생을 담보로 이익 추구에 몰두한다면 절대 공정하지 않다. 정부 역시 기업과 함께 경제를 발전시키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한편 국민의 안전과 소득재분배라는 기본적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통스러운 정책 결정도 감내해야 한다. 경제 발전을 달성한 국가일수록 이러한 책임은 더욱 무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 부채와 민간 부채, 환율 변동, 경기 양극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책 시행 방향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신용경색과 민간 부문의 채무불이행, 중소기업 도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 급등과 환율·수입물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졸업식장에서 박사모 술을 사회를 향해 옮기는 순간처럼 우리 경제 정책 역시 과거의 틀을 넘어서야 한다. 어렵지만 필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정책 담당자들에게 졸업생들의 이 작은 의식이 던지는 메시지를 되새겨 보길 권한다. 지금은 대전환의 시대이고 치우치지 않는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