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종의 클로즈업] 군사안보 질서 유지시키는 ‘방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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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의 클로즈업] 군사안보 질서 유지시키는 ‘방첩’

경기일보 2026-01-19 18:57: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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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호원대 명예교수·한국테러학회장

방첩은 늘 불편한 존재였다. 그래서 개혁의 단골 메뉴가 됐다. 그러나 불편함을 없앤다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편함이 사라진 자리에 위험이 들어앉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 논의되는 국군 방첩 체계 개편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한국 군사안보를 어떤 방식으로 작동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방첩을 ‘통제해야 할 권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안보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으로 볼 것인가.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는 선택이지만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방첩은 적의 침투와 내부 정보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보·보안·수사 기능의 결합체다. 이런 본질 때문에 기능이 한 기관에 집중되면서 권력기관화 우려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심이 쌓여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권력이 통제 없이 축적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현실 정치가 증명해 왔다. 과거의 일탈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차단하자는 문제 제기 자체는 정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방향이다.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기능을 쪼개고 약화시키는 방식이 과연 해법일까. 통제를 강화하는 것과 기능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

 

이 기능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다. 보안 단계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분석하고, 필요하면 즉시 내사나 수사로 넘어가는 흐름은 단순한 분업이 아니다. 하나의 작동 체계다. 여기서 시간은 곧 생명이다. 기능을 여러 조직으로 나누고 그 사이를 협의체와 조정 구조로 잇겠다는 발상은 현장의 속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집을 허물어 놓고 가설 구조물로 버티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안보는 설계도로 지켜지지 않는다. 현장에서 증명된다. 방첩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차단의 영역이다. 평시의 정책 조율과 권한 관리는 회의체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판단을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방첩과 보안을 인위적으로 분절한 나라는 많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정보·보안·수사 기능이 맞물릴 때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면 대응력이 약해지고 대응력을 살리면 통제가 느슨해진다는 딜레마 앞에서 주요 국가들이 택한 길은 해체가 아니라 ‘정밀 통제’였다.

 

미 국방부는 방첩 기능을 세분화했지만 지휘 체계는 하나로 유지한다. 그 대신 법과 의회의 통제를 강화했다. 이스라엘과 주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도 마찬가지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통제는 강화하되 정보 흐름과 현장 대응을 끊어 놓는 선택은 하지 않는다. 기능을 흩어 놓으면 권한은 약해질 수 있다. 책임도 함께 흐려진다. 통제는 분산이 아니라 가시성과 책임의 명확성에서 작동한다.

 

체계 논의가 정치 논쟁의 연장선에서 소비되면 제도 개편의 목적은 흐려진다.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장기적 제도 설계는 분리해야 한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구조로 판단해야 한다. 안보 개혁이 감정의 언어로 추진될 때 그 대가는 사회 전체가 치른다.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 민간 수장 임명, 준법 감찰, 국회 보고 확대는 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장치다. 그러나 통제가 기능을 마비시키는 수준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통제가 목적이 되는 순간 기능은 부차화된다. 안보 조직이 스스로 손발을 묶는 꼴이다. 개혁의 방향은 분산이 아니라 통합된 기능 위에 강화된 통제다.

 

한반도의 안보 환경은 단순하지 않다. 핵과 미사일, 사이버 침투, 방산 기술을 노린 산업스파이, 내부 정보 유출이 동시에 움직인다. 이런 환경에서 방첩 기능을 분산과 격하의 논리로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인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방향이 반드시 해체일 필요는 없다. 권한 남용의 여지는 줄이되 정보 통합력과 현장 대응력은 지켜야 한다. 방첩은 불편한 기능이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없앨 수 있는 기능은 아니다.

 

안보의 위험은 과잉이 아니라 기능이 사라진 공백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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