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태 연 명장 “방패연은 단순한 놀이 넘어 전승해야 할 문화” [한양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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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태 연 명장 “방패연은 단순한 놀이 넘어 전승해야 할 문화” [한양경제]

경기일보 2026-01-19 18:21: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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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태 방패연 명장이 두 작품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나경식 기자
리기태 방패연 명장이 두 작품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있다. 나경식 기자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국 전통 연 방패연은 한때 항일 의지를 담아 하늘로 올려졌고, 시대의 굴곡 속에서 명맥이 끊길 위기를 겪기도 했다. 산업화와 도시화, 디지털 문화의 확산 속에서 전통 연 문화 역시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전통을 놓지 않고 묵묵히 이어왔다. 전통 방패연 제작 기법을 3대째 전승해오고 있는 리기태 명장(한국연협회·리기태연보존회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선시대 마지막 남은 유일의 전통 방패연 원형기법 보유자다.

 

리 명장은 한지와 대나무를 다듬는 손끝에 수백 년의 전통과 역사적 의미를 담아낸다. 방패연을 ‘만드는 기술’이 아닌 ‘전승해야 할 문화’로 여기며, 제작은 물론 교육과 전수, 공연과 전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국내를 넘어 해외 박물관과 국제 행사에서도 방패연을 선보이며 한국 전통의 미학과 서정성을 알리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전통 연 문화를 오늘날까지 지켜온 리기태 명장을 서울 북촌문화센터에서 만나, 방패연에 담긴 역사적 가치와 전승의 의미,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패연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방패연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리 고유의 전통 연으로, 이름 그대로 방패 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다. 한지와 대나무라는 자연 재료를 사용해 만들며, 바람을 정면으로 받아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방패연은 단순한 민속놀이 도구를 넘어, 과거에는 군사용 신호나 항일 의지를 상징하는 매개체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늘 높이 연을 띄운다는 행위 자체가 당시 사람들에게는 자유와 염원, 저항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역사성과 더불어 조형미와 철학적 가치가 재조명되며 하나의 문화유산이자 예술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바람의 흐름을 읽고, 자연에 거스르지 않으며 날리는 방패연에는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한국 전통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통 방패연을 계승한 이유가 있다면?

여섯 살 무렵, 집 근처에서 아버지가 만들어준 연을 날리며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온몸으로 느꼈던 경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후 성장하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 이어져 온 방패연 제작 이야기를 들었고, 이 기술이 단순한 손재주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해 전해 내려온 정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일제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에도 방패연 제작 기법이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3대째 전승을 이어왔으며, 지금은 이 전통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리기태 방패연 명장이 북촌문화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나경식 기자
리기태 방패연 명장이 북촌문화센터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나경식 기자

 

-방패연을 만들때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방패연은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다. 한 장의 한지, 한 올의 대나무에도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과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 제작 과정 하나하나를 가볍게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방패연은 미세한 균형 차이로도 비행의 안정성이 크게 달라진다. 대나무의 두께, 한지의 결, 바람구멍의 위치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아야 제대로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제작 과정에서 늘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옛 방식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재현하는 일이다. 후대에 잘못된 형태로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더욱 엄격하게 작업하고 있다.

 

-유럽의 유명 갤러리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 비결은.

파리 케 브랑리국립박물관, 카타르 이슬람 박물관, 카이로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가는 2023년 ‘보테가 포 보테가스’에 저를 선정했으며 작품 2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해외 박물관들이 우리의 전통 방패연을 소장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라기보다는 우리 전통문화가 세계 속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방패연에는 한국적인 정서와 자연관이 그대로 담겨 있어 언어가 달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한 시대일수록, 오히려 이런 느림과 여백의 미학이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전시와 워크숍,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방패연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특히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방패연이 어떤 철학과 원리로 만들어졌는지를 직접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에 집중하고 싶다.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전통이 가진 정신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패연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도 호흡하는 문화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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