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1년 전인 지난해 1월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은 한순간에 법치의 상징에서 폭력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법원의 판단을 부정한 지지자들이 집결했고 그 분노는 법원 담장을 넘어 폭동으로 표출됐다. 사법부를 향한 집단적 물리력 행사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19일 서부지법이 최근 발간한 ‘1·19 폭동 사건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4일 기준 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기소된 137명 중 1심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총 94명이다. 이 가운데 징역형은 69명,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23명, 벌금형은 2명이었다. 2심 재판과 추가 기소 등도 이어지고 있다.
피고인 중 30대가 4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20대가 28명이었다. 이 가운데 남성은 123명으로 전체 89.78%였다.
특히 사태 당시 법원에 침입해 방화를 시도한 이른바 ‘투블럭남’에게는 가장 높은 형량인 징역 5년이,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파악된 이모(48)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또 이날 사건을 기록하기 위한 공익 목적으로 법원에 들어가 촬영을 했다고 주장해 온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44)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상태다.
난동 사태 당사자들 뿐만이 아니라 배후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도 지난 13일 구속됐다.
전 목사는 지난해 1월 19일 새벽 윤 전 대통령 구속 직후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도록 조장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전 목사가 신앙심을 바탕으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하고 측근과 보수 유튜버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시위대의 폭력을 부추겼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태다.
서부지법은 해당 사태를 두고 “사법부 독립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부정한 중대한 사건”이라며 “그날의 폭력은 단순한 불법행위가 아니라 법과 질서를 지탱하는 사법 기능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으며 우리 사회 전체가 결코 가볍게 지나갈 수 없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서부지법 폭동사태는 일회성 충돌에 그치지 않고 법원 구성원과 사법 시스템 전반에 장기적인 상처를 남겼다.
서부지법 폭동사태로 인한 피해액은 4억7857만원으로 조사됐다. 또 법원 관계자들은 지난 1년간 고통과 회복의 시간을 겪어야 했다. 당시 시위대가 1층 로비에 진입하자 직원들은 긴급 대피하면서 직접적인 신체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었지만 현장에서 시위대를 제지하거나 대피를 도왔던 직원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정신적 피해가 발생했다.
업무 차질도 불가피했다. 지난해 1월 20일 이후 지정돼 있던 변론기일 가운데 민사사건 231건과 형사사건 1건이 변경되면서 재판 일정이 지연되는 등 사법 업무 전반에 차질이 빚어졌다.
폭동 다음 날부터 법원은 정상 업무를 재개했지만 당직실과 집행관 사무실을 비롯한 청사 시설과 컴퓨터·모니터·키오스크 등 업무용 장비가 파손돼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 수행에는 한동안 어려움이 이어졌다.
사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서부지법 폭동사태의 정치·사회적 후유증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태를 주도했던 극우 성향 청년들은 여전히 온·오프라인에서 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의자 변호에 나섰던 ‘서부자유변호사협회’는 해당 사건을 ‘서부자유항쟁’으로 명명하고 있다. 이들은 사태의 본질은 우발적 사건이었음에도 수사기관과 법원, 일부 언론이 이를 사전에 기획된 극우 폭력으로 규정해 과도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본보에 “해당 사건은 법적 처벌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해 온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든 매우 충격적인 사태였다”며 “시위와 집회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지만 사법부의 독립을 위협하고 판사를 향한 물리적 압박과 폭력으로 이어진 것은 명백한 반민주적 행위”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확인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삼권분립이라는 제도적 장치 강화에 더해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존중, 언론과 공론장에서의 토론 등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민적 인식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한 엄정한 처벌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교훈을 확산시키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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