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시청률에서는 고전했지만 OTT 플랫폼에서 이례적인 반전을 일궈낸 신작 드라마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속 한 장면 / SBS
19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 순위에서는 SBS 금토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2위에 올랐다. tvN '언더커버 미쓰홍', KBS '은애하는 도적님아', 채널A '아기가 생겼어요' 등 신작 드라마들을 전부 제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지난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차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지상파 방송 시청률만 놓고 보면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다. 지난 16일 첫 방송된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3.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7일 방송된 2회에서는 2.7%로 떨어지며 출발부터 힘겨운 행보를 보였다.
SBS 금토드라마는 최근까지 흥행 불패 라인업을 선보여왔다. 바로 전작인 '모범택시3'는 최종회 13.3%의 시청률로 종영했고, '보물섬' 15.4%, '나의 완벽한 비서' 12.0%, '귀궁' 11.0% 등도 최고 두 자릿수 시청률을 찍었다.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주연 배우 김혜윤과 로몬 / SBS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최고 시청률 14.2%를 달성한 '모범택시3'의 뒤를 이은 작품이다. 하지만 전작의 마지막회 시청률 13.3%는 물론, 첫회 시청률 9.5%와 비교해도 한참 밑도는 수치로 시작하며 '모범택시3'의 후광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흡수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동시간대 경쟁작으로 흩어진 상황이다.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4.3%로 첫 방송을 시작한 뒤 16일 방송된 5회에서 10%를 돌파하며 단숨에 금토드라마 최강자로 떠올랐다. KBS 토일드라마 '은애하는 도적님아'도 4.3%에서 출발해 5회 기준 7.0%까지 급상승했다. 남녀 주인공의 몸이 바뀌는 설정이 본격 전개되며 시청자 몰입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박신혜 주연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도 전국 유료 가구 시청률 3.5%에서 5.7%로 급등했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스틸컷 / SBS
박찬영·조아영 작가, 김정권 연출이 만든 이 작품은 인간이 되기 싫은 MZ 구미호와 자기애 넘치는 인간의 좌충우돌 망생구원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다. 은호 역을 맡은 김혜윤은 tvN '선재 업고 튀어'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 성공을 이끌어낸 바 있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글로벌 팬층을 확보한 로몬은 강시열 역으로 첫 지상파 드라마에 도전했다.
1, 2회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판타지 장르의 CG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과 참신한 설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응도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김혜윤이 연기하는 은호는 인간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MZ 구미호'다. 다른 구미호들과 달리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은호는 수백 년 동안 축적한 도력으로 인간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대가를 받는 일을 한다. 그의 원칙은 "선행은 작은 것도 삼가고, 악행은 큰 것만 삼가는 것"이다. 이 역시 인간이 되지 않으려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로몬이 맡은 강시열의 삶은 축구 훈련과 아르바이트로 채워져 있다. 청소년 국가대표이자 최고 유망주인 현우석(장동주)과 대조적으로, '가난한 천재' 강시열이 지닌 것은 꿈과 열정뿐이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혜윤과 로몬 / SBS
지난 16일 첫 방송에서는 두 주인공의 우연한 첫 만남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은호는 강시열과 현우석의 뒷모습을 보며 둘 중 한 명의 성공한 미래를 내다봤다. "제법 유명한 인간이 될 것 같아. 한번 봐버린 일은 틀림없이 일어나지"라는 예언은 현우석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날 밤 담벼락을 넘어온 공에 맞은 은호는 짜증 가득한 상태로 공을 주우러 온 강시열에게 "넌 그냥 '인간1'이 될 거야"라며 그의 실패를 단언했다.
바로 그 순간 가까운 곳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강시열이 불길한 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현우석이 차에 치여 쓰러져 있었다. 가해자로 보이는 운전자가 현장을 이탈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현우석은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옮겨졌고, 강시열은 경찰서에서 목격자 진술을 진행했다. 한 남자가 자수하러 왔지만 강시열은 진범의 얼굴을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고 진범은 금수그룹 후계자 재벌 4세 이윤(최승윤)이었다. 나쁜 일을 골라 저지르고 돈으로 무마하는 은호의 VIP 고객이기도 했다. 운전 기사에게 죄를 덮어씌우려던 이윤은 강시열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자 은호의 명함에 불을 붙여 그를 불러냈다. 돈을 두 배로 주겠다는 이윤의 의뢰를 받은 은호는 강시열을 찾아가 도력으로 그의 기억 속 지난밤 일들을 지우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은호 앞에 강시열의 성공한 미래가 보였고, 그의 품에 안겨 쓰러졌다.
SBS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 SBS
2회에서 은호는 강시열의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파군(주진모)을 찾아갔다. 점차 도력을 잃어가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파군은 "죄를 지었으니 그에 따른 합당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며 "네가 인간의 운명을 마구 비틀어댄 탓에 죽지 않아야 할 인간이 죽었다"라고 말했다. 은호가 이윤에게 대가를 받고 소원을 들어준 것이 나비효과로 돌아온 것이었다.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운전 기사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하고 살해까지 한 이윤. 이를 알게 된 은호는 이윤의 의뢰를 거부하고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의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다. CCTV 영상이 복구되며 이윤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당황한 이윤이 은호를 다시 불렀지만, 은호는 이윤이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도록 도술을 부렸다. 결국 이윤은 스스로 모든 범행을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은호는 강시열을 다시 찾아갔다. 성공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던 예언은 "넌 머지않아 제법 부자가 될 거거든. 내 고객이 될 수 있을 만큼"으로 바뀌었다. 은호는 강시열에게 건넨 명함을 없애며 '적절한' 때가 되면 다시 나타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은호가 떠난 자리에 축구협회 홍연수(홍수현)가 나타나 현우석의 부상으로 강시열이 청소년 국가대표로 대체 발탁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축구 선수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지만 강시열은 현우석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SBS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속 CG 장면 / SBS
9년 후 두 사람의 삶은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강시열은 해외 유명 구단 소속 '월클 축구' 스타로 성장했고, 현우석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4부 리그에서조차 뛸 수 없게 됐다. 은호는 이제야 적절한 때라고 판단했다. 자신이 예견한 것 이상의 성공을 거둔 강시열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강시열은 은호를 알아보지 못해 뜻밖의 굴욕을 안겼다.
그럼에도 은호는 잠재적 VIP 고객 강시열을 놓칠 수 없었다. 그의 집까지 찾아가 영업에 나섰고, 그제야 강시열은 은호의 얼굴을 기억해냈다. 은호는 "너도 이젠 제법 부자가 됐잖아? 드디어 내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소리지. 말해 봐, 뭐든지. 소원이 뭐야?"라며 다시 명함을 건넸지만 강시열은 소원이 없다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강시열은 "인간의 삶은 아주 연약한 거거든. 아주 작은 일로도 쉽게 부서지기 마련이지. 그럴 때 내 도움이 필요할 거야"라는 은호의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완벽했던 그의 인생에 균열이 생긴 것은 더 이상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된 현우석을 우연히 다시 만난 날부터였다. 강시열과 현우석의 운명이 또다시 바뀌었음을 암시하는 엔딩 장면과 함께 "소원을 빌었잖아. 그러니까 대가를 치러야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소원은 들어줄 수 있는데 방식은 내가 정한다고. 자, 이번에도 소원은 이뤄졌어"라는 은호의 미묘한 미소가 시선을 끌었다.
경쟁작들의 기세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이 지상파 시청률 경쟁에서 반등할 수 있을지, 넷플릭스에서의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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