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이 본격적인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탈중(脫中) 전략이 희토류·아연·니켈·구리 등 핵심 광물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특정 국가에 집중됐던 정·제련 구조를 분산시키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한 전략광물 기업이 공급망 재편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고려아연이 그 흐름과 맞물린 대표적 수혜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전기차, 배터리, 방산,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확장 속도에 비해 핵심 광물의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채굴뿐 아니라 제련과 정제 단계까지 중국에 집중된 구조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 생산 확대와 동시에, 동맹국과의 정·제련 협력을 통해 '중국을 거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희토류·전략광물 기업인 MP Materials가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다. MP 머티리얼즈는 미국 내 유일한 대규모 희토류 광산을 기반으로 채굴–정제–자석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탈중 공급망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약점은 '채굴 이후'에 있다. 광물을 산업 원료로 전환하는 고난도 제련·정제 역량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이 공백을 메울 파트너가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된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과 대규모 처리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아연·연을 넘어 니켈, 구리, 은, 인듐 등 다양한 전략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왔다. 특히 다금속을 동시에 처리하는 제련 기술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미국이 원하는 '중국을 거치지 않는 정·제련 허브'로서 고려아연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유다.
공급망 재편의 핵심은 단순한 거래 관계가 아니다. 미국 기업이 원료 확보와 광산 개발을 담당하고, 고려아연이 제련·정제 단계에서 신뢰 가능한 파트너로 기능하는 구조는 탈중 전략의 현실적 해법으로 읽힌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는 안보 리스크를 줄이고,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글로벌 전략광물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선택지다.
특히 배터리·방산·반도체로 이어지는 수요 산업이 확대될수록, 제련 역량을 보유한 기업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 사업 기회를 넘어 중장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전략광물은 가격 변동성보다 공급 안정성이 더 중요한 영역으로, 한 번 구축된 공급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미국이 탈중 공급망을 제도와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초기에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을 경우 그 효과는 수년, 수십 년에 걸쳐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 수출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의 '필수 노드'로 기능하는 위치다.
결국 전략광물 공급망 재편의 본질은 선택의 문제다. 중국 중심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동맹 중심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미국은 이미 후자를 택했고, 그 과정에서 핵심 플레이어를 선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금, 그 선택의 흐름 한가운데에 서 있다. 탈중 전략광물 공급망 재편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이 판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할 자리는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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