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외화 수요 관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계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달러 환전과 외화예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은행권의 환전 수수료 우대와 트래블카드 마케팅이 외화 쏠림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의 점검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환전 무료’ 경쟁도 속도 조절 국면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해외여행·유학 등 늘어나는 실수요자의 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외화 수요 자극 우려…당국, 은행권 점검
재정경제부는 지난 7일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달러 환전과 외화예금 증가 추이에 대한 점검을 주문했다. 환율 급등 이후 개인 중심의 외화 환전과 외화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을 문제로 본 셈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외화 예금과 보험 관련 과도한 마케팅이나 이벤트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환율 상승 기대가 확산될 경우, 환전 수수료 우대나 외화상품 판촉이 외화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트래블통장이나 환전 우대 서비스가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고환율 상황에서 외화 수요를 자극하는 마케팅에 대한 당국 시선이 한층 예민해졌다”며 “당분간 수수료 면제나 환전 우대 이벤트는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면제·간편 결제…트래블카드 ‘환테크’ 논란
해외 결제·환전 편의성을 앞세운 트래블카드도 당국의 주시 대상이다. 환전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거나 면제하고, 해외 결제 시 추가 비용이 없어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하나금융의 ‘트래블로그’는 지난해 12월 가입자 1000만명을 넘겼고, 신한은행의 ‘SOL트래블’ 체크카드는 누적 발급 270만장, 이용액 5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낮은 수수료와 간편한 재환전 구조로 환율 변동기에는 외화 보유·차익 거래 수단, 이른바 ‘환테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당국이 트래블카드를 포함한 외화 관련 상품 전반을 점검하는 이유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낮을 때 외화를 매입했다가 다시 환전하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잦은 환전과 재환전이나 거래 규모가 커질 경우 내부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며 “다만 개인이 체감할 만큼 큰 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혜택 조정 불가피…실수요자 부담 우려
은행권에서는 트래블 상품과 환전 우대 혜택의 조정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파격적인 수수료 우대 마케팅을 이어갈 수 없어서다.
문제는 실수요자다. 해외여행, 유학, 출장 등 목적의 소비자들은 환전 수수료 우대 축소나 트래블카드 혜택 조정 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트래블 상품을 중심으로 해외 결제와 환전을 준비해온 이용자들의 체감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다만 은행권 대응이 일시에 정리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경쟁 환경상 모든 은행이 동시에 혜택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며 “당국 기조를 의식하면서도 경쟁사 움직임을 지켜보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은 대규모 이벤트보다는 기존 혜택을 유지하거나 홍보를 축소하는 방식의 ‘눈치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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