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네이버 AI, 신뢰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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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네이버 AI, 신뢰 회복할까

한스경제 2026-01-19 14:3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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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네이버 컨퍼런스 '단25'에서 발표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네이버
지난 11월 네이버 컨퍼런스 '단25'에서 발표하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네이버

| 한스경제=석주원 기자 | 소버린 인공지능(AI)의 기치를 내걸고 구글,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온 네이버가 정부 주도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 1차 평가에서 탈락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네이버는 패자부활전(추가 공모) 참여도 공식적으로 거부하며 독자 노선을 택했다. 이는 정부의 기술 검증 기준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이자 소모적인 논쟁 대신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 기조였던 소버린 AI 전략이 뿌리째 흔들리면서 향후 네이버의 AI 사업 지형도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안과 데이터 주권이 핵심인 시장에서 중국산 모델을 사용했다는 꼬리표는 향후 영업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 피할 수 없는 '소버린 AI' 논란

네이버의 탈락을 부른 결정적인 원인은 기술적 모순에 있다. 네이버는 이번 평가에 최신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 기반의 옴니모달(Omni-modal) 모델을 제출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소리를 동시에 이해하는 고도화된 기술이다.

문제는 AI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인 ‘비전 인코더(Vision Encoder)’였다. 기술 검증 결과 네이버 모델의 비전 인코더 가중치가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소스 모델 ‘큐웬(Qwen 2.5-VL)’과 99% 이상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중치란 AI의 학습 과정에서 중요도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설정된 수치다. 이번에 논란이 된 비전 인코더는 멀티모달 AI에서 이미지를 입력 받아 AI가 이해할 수 있는 수치로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여기에 가중치가 적용돼 대상의 특징을 정확히 식별할 수 있게 해 준다.

네이버는 해당 가중치를 자체적으로 학습시킨 것이 아니라 중국 기업이 막대한 데이터를 들여 완성한 지능을 그대로 복사해 가져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부가 내세운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바닥부터 독자 개발)’ 원칙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소버린 AI의 핵심 가치를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 효율성 뒤에 숨은 안일주의

네이버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효율성과 글로벌 호환성을 고려한 전략적 엔지니어링이며 비전 인코더는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품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쟁사들이 데이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한 클린 데이터를 확보하고 설계부터 학습까지 전 과정을 독자 기술로 내재화하는 동안 네이버는 오픈소스 차용이라는 쉬운 길을 택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학계에서는 비전 인코더를 통한 백도어(보안 취약점) 공격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모듈을 국가 인프라급 모델에 적용하려 한 것은 리스크 관리의 부재를 보여준다.

네이버의 이번 프로젝트 탈락은 향후 AI 생태계 확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를 상대로 디지털 트윈과 ‘소버린 AI’ 수출을 추진해 왔다. 사우디 정부에 미국과 중국의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설득해온 네이버가 정작 기술 독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중국 기술에 의존했다는 사실은 신뢰성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수출 대상국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탈락시킨 기술을 도입할 명분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가 최근 탈중국 기조를 보이며 미국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네이버 AI 모델 내의 중국 기술 흔적은 영업의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 독자 노선 선택한 네이버, 신뢰 회복 필요

네이버는 정부 사업에 연연하기 보다는 ‘에이전트 N(Agent N)’ 등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체 AI 서비스 상용화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의 결함을 해소하지 않은 채 응용 서비스(에이전트) 개발에만 몰두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체 AI 모델 개발에 오픈소스를 적용한 것이 성능 저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외산 오픈소스를 도입함으로써 그동안 네이버가 내세웠던 소버린 AI 모델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진 것은 분명한 만큼 네이버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훼손된 기술 독립성을 시장에 투명하게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1차 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네이버의 주가는 장중 5% 급락하며 시장의 실망감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후 네이버 주가는 추가 하락을 거듭해 최근 5일간 약 8%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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