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나서 우는 남자친구, 그 눈물이 ‘쇼’인 이유
한바탕 난리가 끝난 거실에는 무거운 정적만 감돈다. 깨진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당신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구석에 웅크려 있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보니 상황이 기이하게 변해있다.
방금 전까지 악을 쓰며 당신을 위협하던 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으로 당신 발목을 잡고 있다. “내가 미쳤었나 봐, 제발 한 번만 봐줘.” “너 없으면 나 죽어, 욱해서 그런 거야.”
살기 어린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닭 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원하는 모습. 마치 엄마에게 혼나는 어린아이처럼 처량하다.
공포에 질려 있던 당신의 마음 한구석이 흔들린다.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까지 빌까.’ ‘원래는 착한 사람인데, 내가 너무 몰아세웠나.’ 그의 눈물을 보는 순간, 그를 가해자가 아닌 ‘상처받고 미성숙한 사람’으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냉정해져야 한다. 그 눈물은 반성의 기록이 아니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그들이 본능적으로 꺼내 든 가장 값싸고 효과적인 연극 소품일 뿐이다.
회초리가 무서워 우는 아이
우리는 흔히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약자로 인식한다. 눈물은 진심의 표현이자 항복의 표시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이 심리적 맹점을 누구보다 잘 이용한다.
그들이 우는 타이밍을 잘 살펴보라. 당신의 마음에 멍이 들 때 우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헤어지자”고 말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려는 낌새가 보일 때 비로소 눈물샘이 터진다.
이것은 엄마가 아끼는 화분을 깬 아이의 심리와 같다. 아이는 화분이 깨진 게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곧 닥쳐올 엄마의 불호령과 매질이 무서워서, 용서받기 위해 목놓아 우는 것이다.
그들의 무릎 꿇기는 참회가 아니라 ‘방어’다. 자신의 폭력 때문에 당신이 떠나버리는 것, 자신의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사회적 처벌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다.
그 애절한 눈물 쇼 뒤에는 차가운 계산이 깔려 있다. ‘이렇게까지 비는데 네가 날 버릴 수 있어?’ 그들은 자신의 비굴함을 무기로 삼아 오히려 피해자인 당신에게 죄책감을 덮어씌운다. 용서하지 않는 당신을 매정한 사람으로 만드는 교묘한 수법이다.
폭력의 쳇바퀴를 돌리는 기름칠
심리학에서는 이를 ‘허니문 단계’라고 부른다. 폭력 뒤에 이어지는 극적인 화해와 달콤한 시간은 피해자를 관계의 늪으로 더 깊이 끌어당긴다.
방금 지옥을 맛본 당신에게 그가 보여주는 눈물과 다정함은 천국처럼 느껴진다. 긴장이 풀리며 찾아오는 안도감에 뇌가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역시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해, 다시는 안 그러겠지.’
하지만 이 눈물 쇼는 관계를 회복시키는 약이 아니다. 폭력의 굴레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기름칠 역할을 한다. 그가 무릎을 꿇고 비는 순간, 지난 잘못은 ‘없었던 일’로 리셋된다. 당신이 그를 안아주는 순간, 그는 면죄부를 얻는다.
문제는 학습 효과다. 그는 깨닫게 된다. “아, 난동을 부려도 울면서 빌면 받아주는구나.” “무릎 한 번 꿇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구나.”
이 공식을 터득한 가해자는 점점 더 뻔뻔해진다. 다음번에는 더 심하게 위협하고, 더 서럽게 울면 그만이다. 그에게 무릎 꿇기는 자존심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다. 당신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지불하는 아주 저렴한 비용일 뿐이다.
관객석을 박차고 나와라
진짜 반성은 눈물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정말로 미안한 사람은 당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당신이 안전할 수 있도록 스스로 물러선다. 자신의 존재가 당신에게 위협이 됨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거나 거리를 두는 것이 진짜 사과다.
눈물 콧물 쏟으며 매달리는 그 모습에 속지 마라. 그것은 당신을 위한 눈물이 아니라,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자기 연민의 배설물이다.
“다시는 안 그럴게”라는 대사는 그 지겨운 삼류 연극에서 매번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그가 무릎을 꿇는 것은 당신을 존중해서가 아니다. 그저 다음 폭력을 위한 도움닫기 자세를 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 그만 그 기만적인 눈물 쇼의 관객석에서 일어나라. 그가 연출하는 신파극에 동정표를 던져주는 순간, 당신은 다음 비극의 주인공으로 확정되는 셈이다.
무릎 꿇은 그를 일으켜 세워주지 마라. 그대로 두고 현관문을 열고 나와라. 그것만이 그 지옥 같은 도돌이표를 멈추는 유일한 길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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