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지금 먹어야 보약' 겨울 별미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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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지금 먹어야 보약' 겨울 별미 방어

연합뉴스 2026-01-19 14:00: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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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 대방어 제주 대방어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방어는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마음을 맑게 하는 겨울 생선이다. 겨울 바다는 차갑고 고요하지만, 그 깊은 곳에서는 오히려 생명이 가장 왕성한 기운을 품는다. 한겨울이 되면 유독 기름이 오르고 맛이 깊어지는 생선이 있으니, 바로 방어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생선을 두고 '지금 먹어야 보약'이라 했다. 방어는 겨울철 별미면서도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몸을 함께 살피는 약선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도교 양생학에서 겨울은 신장(腎臟)을 기르고 정(精)을 저장하는 계절이다. 자연은 멈춘 듯 보이지만 생명은 뿌리로 돌아가 다음 봄을 준비한다. 이때 사람의 몸도 겉의 활동을 줄이고, 속을 채우며 따뜻함을 지켜야 한다.

약선에서 방어는 성질이 평온하면서도 따뜻한 온성(溫性) 생선이다. 맛은 달고 비위·간·신경(脾肝腎)으로 들어가 기혈을 보하며 양기를 북돋운다. 추위로 쉽게 소모되는 에너지를 보충하고, 찬 기운에 막히기 쉬운 혈액 순환을 부드럽게 풀어준다.

동의보감에는 겨울철 지방이 풍부한 생선이 "기운을 돋우고 혈을 보해 허약한 몸을 안정시킨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방어가 살을 찌우는 음식이 아니라, 몸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생선임을 뜻한다.

백화점의 방어 백화점의 방어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방어의 첫 번째 효능은 온양익기(溫陽益氣)다. 손발이 차고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 기력이 떨어진 중장년층에게 방어는 은근히 속을 데우며 기운을 채우는 보양식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깊게 받쳐 준다.

두 번째는 활혈통락(活血通絡)이다. 방어에 풍부한 지방과 미량 영양소는 혈액의 흐름을 돕고, 추위로 인한 관절의 뻣뻣함과 몸의 경직을 완화한다. 예부터 겨울 바다의 생선은 풍(風)과 습(濕)을 몰아내는 식재료로 여겨졌다.

세 번째는 건비익신(健脾益腎)이다. 방어는 겨울철 약해진 소화력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비위의 흡수력을 돕고, 신장의 정기를 보해 허리와 무릎이 약해지는 노년층의 기운을 다잡아 준다.

마지막으로 양혈안신(養血安神)의 효능이다. 양생에서는 혈이 충실하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본다. 방어의 기름진 살은 혈을 보하고, 겨울철 불면과 가슴 두근거림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준다.

현대 영양학에서도 방어는 뇌와 혈관을 위한 음식으로 평가된다. DHA와 EPA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것을 막고, 동맥경화와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기여한다.

특히 DHA는 '두뇌 영양소'로 불린다. 뇌 지방 구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과 기억력 형성에 관여한다. 성장기에는 학습 능력과 집중력을 돕고, 중장년층에게는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유익하다. 그래서 방어는 예부터 보뇌식품, 오늘날에는 자연이 준 두뇌 영양제로 불린다.

또한 방어에는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고, 비타민 D는 칼슘 흡수를 도와 뼈 건강을 지킨다. 비타민 E와 니아신은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늦추고 피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처럼 방어는 한 철 생선이 아니라, 겨울을 건너는 우리 민족의 생활 지혜가 담긴 식재료다. 세종실록과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방어가 동해안과 함경도, 강원도의 중요한 토산물로 기록돼 있으며, 울산의 방어진(方魚津)이라는 지명은 방어가 풍부하던 포구의 흔적을 전한다.

방어회 방어회

[연합뉴스 자료 사진]

방어는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이는 성장과 성숙을 중시해 온 우리 문화와 맞닿아 있다. 작은 방어가 큰 방어로 자라듯, 사람도 시간을 거쳐 내공을 쌓아 간다는 삶의 비유가 담겨 있다.

겨울 방어는 회, 구이, 탕으로 두루 먹는다. 특히 무·생강·파와 함께 끓인 방어탕은 약선의 정수다. 무는 기름진 성질을 조절하고 소화를 돕고, 생강은 찬 기운을 몰아내 혈액 순환을 돕는다. 이는 음양의 조화를 식탁 위에서 실천한 조상들의 지혜다.

다만 보약도 지나치면 탈이 된다. 방어는 지방 함량이 높은 생선이므로 과식은 피해야 한다. 열이 많은 체질이나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섭취량을 조절하고, 회는 신선도와 위생 관리가 중요해 유아·임산부·고령자는 지나친 생식을 삼가는 것이 좋다.

도교에서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라 말한다. 겨울 방어를 먹는다는 것은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겨울 바다의 깊은 기운을 몸 안으로 들이는 행위다. 방어는 기력을 세우고 혈을 돌리며, 뇌와 마음을 함께 보살피는 저속노화 음식이다.

방어 요리로 바라본 손자병법의 허실(虛實)은 전쟁 기술이 아니라 존재를 다루는 지혜에 가깝다. 허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여백이고, 실은 채움이 아니라 정체되어 있는 무게다. 살아 있는 전략은 언제나 허와 실을 바꾸어 쓰는 데 있다.

이 원리는 밥상 위에서도 작동한다. 겨울 바다에서 기름을 가득 품은 방어는 요리 방식에 따라 허가 되기도, 실이 되기도 한다. 회가 되면 허가 되고, 탕이 되면 실이 되며, 튀김은 허를 가장한 실이 된다. 방어만큼 허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식재료도 드물다.

겨울 방어는 자연이 만든 실(實)이다. 동의학에서 겨울 음식은 비워내기보다 채우는 데 초점이 있다. 그러나 손자는 실한 곳을 정면으로 치면 소모가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고수는 실을 허로 바꾼다. 방어 요리는 바로 그 전환의 기술이다.

방어회는 기름진 생선임에도 무겁지 않다. 날것의 상태는 오히려 맑고 가볍다. 불을 쓰지 않고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해 본래의 기운을 드러낸다. 노자가 말한 무위(無爲)의 조리다. 겨울 바다의 실을 칼 한 번으로 풀어 허로 만든다.

반대로 방어탕은 흩어진 기운을 모아 하나로 만든다. 뼈와 살, 물과 채소를 함께 쓰는 방식은 허를 모아 실을 만드는 조리법이다. 무·생강·쑥갓과 함께 끓인 방어탕은 온중산한(溫中散寒)의 대표적인 약선으로, 추위에 흩어진 기혈을 모아 중심을 세운다.

방어구이는 불과 직접 맞닿는다. 실을 실답게 드러내되, 기름이 빠져나가 겉은 단단하고 속은 담백해진다. 압박을 주되 시간을 조절해 균형을 얻는 중용의 요리다. 비위를 따뜻하게 하지만, 지나치면 열로 변하므로 절제가 필요하다.

방어찜은 불과 물 사이에서 조용히 익는다. 튀지도, 타지도 않는다. 허와 실을 다투지 않고 기운이 스스로 자리를 찾게 한다. 노자가 말한 자연의 상태이며, 노약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조리법이다. 허실을 나누기 이전의 자리로 돌아간다.

방어튀김은 겉은 가볍고 속은 실하다. 허를 가장한 실이다. 즐거움을 주지만 과하면 해가 된다. 겉모습에 속아 본질을 놓치면 패한다는 손자의 경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요리다. 즐기되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손자병법의 허실(虛實)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나와 자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읽는 눈이다. 방어 한 마리는 회가 되어 허가 되고, 탕이 되어 실이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 허이고 실인지를 아는 것이다.

겨울에 방어를 먹는다는 것은 미식이 아니라 분별의 행위다. 허와 실을 살피고, 때로는 바꾸어 쓰며 조화를 이루는 생존 전략이다. 손자의 병법은 전장을 떠나 오늘도 우리의 식탁 위에서 조용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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