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소비 위축이 겹치며 골목상권이 빠르게 위축되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이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들었다. 광주광역시 서구가 행정력을 투입하고, 민간 기업이 실제 매장 운영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AI 외식 솔루션 기업 먼슬리키친(이하 먼키)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광주 서구와 ‘AI 활용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실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 기술을 골목상권 경영 전반에 직접 이식하는 형태의 협업은 국내 지자체 가운데 처음 시도되는 사례다.
그동안 지자체의 소상공인 디지털 지원 정책은 키오스크나 테이블오더 등 주문 장비 보급에 집중돼 왔다. 인건비 절감과 주문 효율 개선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매출 증가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현장 평가가 엇갈렸다.
이번 실증사업은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단순 주문 기기가 아니라, 매출·고객·주문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경영 판단까지 자동으로 제안하는 AI 솔루션을 매장 운영의 중심에 둔다.
먼키가 제공하는 ‘AI 매출업’ 솔루션은 매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경영 상태를 진단하고, 매출 개선을 위한 조치를 자동으로 실행한다. 고객 성향에 맞춘 쿠폰 발행, 타깃 프로모션 설정, 문자 마케팅까지 버튼 한 번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점주도 별도 교육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다.
AI 솔루션의 성패는 결국 숫자로 증명된다. 먼키는 해당 솔루션을 도입한 매장들의 경우 실제 운영 데이터 기준으로 10%에서 최대 40%까지 매출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일정 기간 이상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매출 변동성이 줄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형성되는 패턴도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성과가 지역 소규모 자영업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이번 광주 서구 실증사업의 주요 검증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종, 상권 규모, 고객 특성이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 결과가 재현될 수 있는지가 정책 확산의 분기점이 된다.
협약에 따라 광주 서구는 참여 매장 모집과 행정적 지원을 맡고, 먼키는 AI 솔루션과 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단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증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구조를 목표로 한다.
김이강 광주 서구청장은 “행정의 역할은 단순한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소상공인이 장기간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이번 실증이 골목경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먼키 역시 이번 사업을 일회성 프로젝트로 보지 않는다. 실증 데이터를 분석해 ‘AI 골목상권 모델’을 정립하고,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혁균 먼키 대표는 “데이터 기반 경영은 더 이상 대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며 “소상공인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 장벽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기술이 소상공인 문제의 만능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론도 존재한다. 데이터 품질, 개인정보 관리, 실제 매장 운영 부담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지자체가 기존 장비 지원을 넘어 경영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에 나섰다는 점은 정책 실험으로서 의미가 작지 않다.
광주 서구 내 실증사업 참여 매장 모집과 세부 일정은 이달 중 서구청 공식 누리집을 통해 안내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이 골목상권 회복의 실질적인 해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현장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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