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2020년 무안국제공항 콘크리트 둔덕 개량공사 입찰 과정에서 둔덕 제거 자격이 없는 ‘통신업체’를 선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항안전운영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수적인 도로·공항 분야 엔지니어링 업체를 애초부터 배제하면서 둔덕 철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공사가 추진됐다는 지적이다.
19일 여객기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김은혜 국회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0년 3월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제공시설 개선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 입찰공고를 내면서부터 콘크리트 둔덕의 철거 또는 개선을 전제로 한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를 보면 정부는 당시 입찰공고에서 참가 자격을 ‘기술사사무소-정보통신’ 또는 ‘엔지니어링사업-정보통신’에 등록된 업체로 제한했다. 그러나 공항안전운영기준에 위배되는 콘크리트 둔덕을 철거하거나 개선하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사업-도로·공항’ 또는 ‘기술사사무소-도로·공항’ 분야 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이었음에도 이들 업체는 입찰 단계에서부터 배제됐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2020년 개량공사 당시 정부가 내걸었던 입찰업체 선정 조건은 애초 과업 내용서에 담긴 ‘로컬라이저 구조물의 부러지기 쉬움 확보’ 방안을 실현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이후인 지난해 3월 공개된 로컬라이저 둔덕 개선공사 입찰공고에서는 둔덕 철거를 위해 ‘엔지니어링사업-도로·공항’, ‘기술사사무소-도로·공항’이 입찰참가자격으로 명시됐다. 참사 이후에야 둔덕 제거를 전제로 한 입찰 요건이 반영된 셈이다.
더욱이 당시 개량공사 사업을 주관했던 한국공항공사도 김 의원실에 “2020년 개량공사에서는 둔덕의 철거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콘크리트 둔덕이 제거되지 않은 원인이 시공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입찰공고 단계에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객기 참사 이후 2020년 개량공사 과업 내용서에 ‘부러지기 쉬움 확보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만을 선별적으로 공개해 왔다. 이를 두고 개량공사 부실의 책임을 시공사에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 과정에서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개량사업 당시 공항안전운영기준에 따라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 종단에서 240m 이내 시설은 부러지기 쉽게 개선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2020년 개량공사의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개량공사 실시설계 용역 과업 내용서에 ‘기초대 등 계기착륙시설 설계 시 부러지기 쉬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침이 명시돼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이를 이행할 수 없는 입찰 구조를 스스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책임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는 둔덕만 없었으면 모두를 살릴 수 있었다며 개량공사에서 개선됐어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2020년 개량공사 업체 선정 단계부터 둔덕 제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이후 정부가 공개한 자료가 책임을 시공사로 돌리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국정조사에서조차 책임을 덜어내기 위한 ‘살라미식 자료 제출’이 이뤄진 것은 아닌지, 정부의 진상규명 의지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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