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보기 드문 1.5세대 독립영화감독 이공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 ‘기억의 소리’가 전남 해남에서 관객과 다시 만난다. 해외영화제 15개 수상을 기념한 특별상영회는 1월 20일 오후 4시, 땅끝 해남 해남시네마 1관에서 열린다.
‘기억의 소리’는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당시 실험적인 서사 구조와 표현 방식으로 관객과 평단의 평가가 엇갈렸지만, 이후 해외 영화제를 중심으로 점차 존재감을 드러냈다. 필름 버전 상영 이후 대중적 이해를 돕기 위한 보충 촬영을 거쳐 디지털 시네마 버전으로 재편집됐고, 해당 버전은 2016년 정식 개봉했다.
디지털 버전 공개 이후 ‘기억의 소리’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꾸준히 초청과 수상을 이어갔다. 2017년 황금촬영상 은상, 2018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대안장편영화 부문 초청을 시작으로 해외 무대에서도 주목받았다. 2019년 뉴욕국제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실험영화 파이널리스트 선정, 2021년 베를린국제예술영화제 초청을 거쳐 2024년에는 스톡홀름시티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촬영 부문 성과도 이어졌다. 최찬규 촬영감독은 유럽촬영상에서 최우수장편영화촬영상, 뉴욕촬영상 최우수장편영화상 등을 받으며 작품의 영상미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최 감독은 대종상과 황금촬영상에서 촬영상 3회 수상,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최우수촬영상 수상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성과가 더욱 집중됐다. 2025 스웨덴영화상 수상과 함께 인도 레이크시티국제영화제 최우수여성감독상, 미국 펜실베니아 이리국제영화제, 독일 파라다이스영화제, 포르투갈 인디영화제, 바르셀로나 플래닛영화제, 만하임예술영화제 등 다수 유럽·미주·아시아 영화제에서 최우수장편영화상, 최우수아티스트장편영화상 등을 받았다. 현재까지 수상은 15개, 초청은 20여 개 영화제에 이른다.
이번 해남 특별상영은 단순한 재상영을 넘어 감독의 창작 행보와도 맞닿아 있다. 이공희 감독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해남 ‘백련재 문학의 집’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차기 장편 시나리오와 시네에세이를 집필했다. 앞서 해남 인근 토문재에서도 집필 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이 감독은 해남에 대해 “자연 풍광과 사람의 삶이 함께 남아 있는 곳”이라고 평가하며, 작품이 지닌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지역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상영 일정이 병오년 초입에 맞춰진 점도 상징적으로 해석된다.
작품은 경북 청송 주산지와 월외폭포, 동굴과 숲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기억과 죄의식, 윤회를 다룬 심리 판타지 형식을 취한다. 영화 속 영화 제작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독 캐릭터의 내적 갈등과 여배우 자매의 관계가 교차하며, 인간 내면의 상처와 회복 과정을 따라간다. 기승전결 중심의 전통적 구조를 벗어난 점은 호불호를 갈랐지만, 해외 영화제에서는 독창성으로 평가받았다.
문학 출신인 이공희 감독은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현재 두 번째 장편영화 ‘자유로운 사람은 혼자 남는다’ 개봉을 준비 중이며, 하반기 제작에 들어갈 세 번째 장편 ‘내 얼굴은 없다’의 프리프로덕션 단계에 있다. 주요 촬영지는 숲과 폭포, 동굴, 바다 등 자연 공간으로, 해남 지역 역시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영화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그는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 유현목 감독의 주요 작품을 다룬 시네에세이를 발표했으며, 한류총서 ‘K시네마의 원류’ 출간도 준비하고 있다.
실험영화로 출발해 장기간 해외에서 평가를 쌓아온 ‘기억의 소리’가 지역 상영관에서 다시 관객을 만나는 이번 행사는, 독립영화의 유통 구조와 창작 지속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자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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