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형 남자 잠수, 안전하게 연락하는 법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회피형 남자 잠수, 안전하게 연락하는 법

나만아는상담소 2026-01-19 11:56:17 신고

그는 사라졌다.

물리적으로는 당신과 같은 도시에, 어쩌면 지척에 살고 있겠지만 정서적으로 그는 지구 반대편으로 망명했다. 당신이 보내는 카카오톡 메시지는 깊은 우물에 던진 돌멩이처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읽지 않음(1)이 며칠째 이어지거나, 읽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서늘한 침묵뿐이다.

당신은 미칠 것 같다. 걱정이 분노로 바뀌고, 분노는 다시 비참한 애원으로 변질된다. 당장이라도 그의 집 문을 두드리고 싶고, 전화를 걸어 “도대체 왜 이러느냐”고 따져 묻고 싶다.

하지만 당신의 직감은 경고한다. 지금 다가가면 그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는 지금 ‘동굴’에 있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회피형 애착의 비활성화(Deactivation)’ 상태다. 그곳은 휴양지가 아니라 전쟁터의 벙커다.

그는 당신이 싫어서가 아니라, 관계가 주는 압박감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격리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보낼 수 있는 편지는 단 두 종류다. 그를 벙커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백기 혹은 그를 영원히 매장해버리는 폭탄.

이 글은 그 폭탄을 제거하고, 가장 안전하게 그의 손에 닿을 수 있는 편지를 쓰는 법에 대한 가이드다.

1. 감정의 배설물이 담긴 편지는 쓰레기다

동굴 밖에 남겨진 사람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편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것이다. 당신의 불안, 억울함, 슬픔, 그를 향한 원망을 A4 용지 세 장 분량으로 빽빽하게 적어 내려간다. 당신은 이것을 “솔직한 대화 시도”라고 믿는다.

하지만 동굴 속에 있는 그에게, 그 긴 편지는 텍스트로 된 고문 도구다.

회피형 인간이 동굴로 들어간 이유는 명확하다. 감정적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타인의 감정을 처리할 용량이 지극히 작다.

그런데 당신이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나는 너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있어”라는 내용을 쏟아붓는다면? 그것은 과부하 걸린 회로에 전압을 10배로 높여 쏘는 것과 같다.

그는 편지를 읽다가 질려버릴 것이다. 당신의 슬픔은 그에게 죄책감을 유발하고, 회피형 인간에게 죄책감은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 1순위다.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대상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차단한다. 그러니 당장 그 장문의 편지를 지워라. 그것은 편지가 아니라, 관계를 끝내자는 협박장이나 다름없다.

2. 질문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질문이다

그를 안심시키고 동굴 밖으로 고개를 내밀게 하려면, 편지에서 ‘요구’를 제거해야 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편지 끝에 질문을 달아둔다. “연락 기다릴게”,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내 마음 알겠지?” 이 질문들은 그에게 숙제다. 답장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주는 순간, 그는 편지를 읽씹(읽고 무시)하거나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린다.

가장 안전한 편지는 ‘답장을 요구하지 않는 편지’다. 이것은 역설적인 전략이다. 당신이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는 당신을 ‘안전한 대상’으로 인식한다.

  • - “나는 너를 통제하려 하지 않아.”
  • - ‘”나는 네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
  • -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내고 있어.”

이 메시지들이 행간에 숨어 있어야 한다. 그가 느끼는 질식감을 해소해주는 것이 이 편지의 유일한 목적이다. 당신이 그를 쫓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기다릴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회피형은 자신에게 매달리는 사람을 경멸하지만, 자신의 독립성을 존중해주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느낀다.

3. 안전핀을 뽑지 않는 편지의 예시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까. 문장은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넘치는 감정은 덜어내고, 오직 사실(Fact)과 여유만을 남겨라.

나쁜 예: “오빠, 연락이 없어서 너무 걱정돼. 내가 뭐 실수한 거 있어? 우리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니지? 제발 대화 좀 해. 나는 오빠 믿어. 연락 기다릴게. 사랑해.” (해석: 나는 지금 불안해서 미치겠으니 빨리 나를 안심시켜라. 너는 나쁜 놈이다.)

좋은 예: “요즘 많이 바쁘고 지쳐 보여서 걱정되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연락 자제하고 있었어. 네가 정리될 때까지 충분히 쉬었으면 해. 나는 잘 지내고 있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편해지면 연락 줘.”

이 짧은 문장 안에 담긴 심리적 기제는 강력하다. 첫째, 그의 상태(지침, 동굴)를 비난하지 않고 인정했다. 둘째, ‘나’의 일상(잘 지내고 있음)을 알림으로써 그에게 죄책감을 덜어주었다. 셋째, “연락 줘”가 아니라 “편해지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통제권을 그에게 넘겨주었다.

이 편지를 받은 그는 안도한다. 빚쟁이인 줄 알았던 당신이, 사실은 빚을 탕감해주는 사람이었음을 깨닫는다. 안전거리가 확보되었다고 느낄 때, 그는 비로소 당신이 궁금해진다.

편지는 낚싯바늘이 아니다

동굴 속에 있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낚싯바늘을 던지는 행위가 아니다.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일에 가깝다. 닿을 수도 있고,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바람에 날려 엉뚱한 곳에 떨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당신이 통제하려 하지 않는 태도다.

답장을 기다리며 10분마다 휴대폰을 확인한다면, 그 편지는 실패했다. 당신의 그 조급한 에너지는 텍스트를 뚫고 그에게 전달된다. 편지를 보냈다면, 잊어라. 당신의 삶을 살아라.

만약 이토록 조심스럽게 접근했음에도 그가 영영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편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저 그가 관계라는 무게를 짊어질 근력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그런 사람을 억지로 동굴 밖으로 끌어내 본들, 햇빛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도망칠 것이다.

어떤 단어를 골라야 할지, 이 문장이 너무 저자세는 아닌지, 혹은 너무 차가운지 확신이 서지 않을 수 있다. 혼자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밤을 새우는 것은 당신의 자존감만 갉아먹는다.

당신의 상황과 상대의 성향에 딱 맞는 정밀한 언어가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닫힌 문을 여는 열쇠는 힘이 아니라, 정확한 홈을 맞추는 기술이니까.


By. 나만 아는 상담소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나만 아는 상담소 프리미엄 콘텐츠 에서 더 깊이 있는 심리학적 조언을 확인하세요.

또한, 나만 아는 상담소 네이버 블로그 에서도 다양한 주제의 심리 칼럼을 만나보세요.




운명이라는 착각 책 표지

추천 도서

운명이란 착각

상처받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법

나르시시스트가 끌리는 당신의 심리에 대하여

관계의 덫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만드는 방법

황규진 소장 저 | 북스고

The post 회피형 남자 잠수, 안전하게 연락하는 법 appeared first on 나만 아는 상담소.

Copyright ⓒ 나만아는상담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