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의원(하원) 해산을 통한 조기 총선거 방침을 굳히면서 일본 정치권이 이례적인 2월 선거 체제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조기 총선거에 대응해 야권에서는 신당을 결성하는 등 정계 개편마저 이뤄지면서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변수는 적지 않지만, 현재 구도는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결성한 신당 '중도개혁 연합'이 집권 자민당과 대결하는 방향으로 짜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9일 저녁 기자회견을 열고 중의원 해산 판단 이유, 조기 총선거 계획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작년 10월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고물가 대책 등 정책 성과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오다가 갑자기 조기 총선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따라 2026년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정부 예산안의 3월 말 전 국회 처리를 지연시킬 총선거를 치르기로 한 이유를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전달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14일 다카이치 총리에게서 조기 총선거 의사를 전달받은 뒤 다카이치 정권이 내건 적극 재정, 방위력 강화를 위한 3대 안보 문서 개정 등에 대한 국민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조기 총선 이유를 말한 바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기국회 첫날인 23일 중의원이 해산된 뒤 내달 8일 투개표가 이뤄지는 총선 일정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총선 투개표는 중의원 해산 16일만으로 전후 최단기간이 된다.
특히 2월 총선은 1990년 이후 36년 만이며 현행 헌법하에서 역대 3번째라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 집권 자민당과 신당 대결이 핵심 구도
이번 총선거는 자민당과 신당 '중도개혁 연합' 간 대결이 핵심적인 구도로 짜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은 약 30년 만에 공명당의 협력을 받지 않는 자력 선거전을 치러야 하고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신당 결성에 따른 순풍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기간 자민당과 선거전에서 협력해온 공명당은 작년 10월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을 앞두고 자민당과의 연립에서 이탈했다.
게다가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손을 잡고 신당을 결성함에 따라 선거 구도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명당은 자민당 연정 이탈 전까지 지역구 투표에서는 상당수 자민당 후보를 추천해 밀어주고 대신 자민당은 자당 지지 세력에 공명당 비례대표 후보를 밀어 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서로 선거 협력을 했다.
종교단체 창가학회에 뿌리를 둔 공명당은 지역구별로 1만∼2만표의 고정 지지표를 확보할 수 있어 접전 지역구에서는 당락을 가를 수 있다.
산케이신문은 2024년 10월 총선 때 자민당 후보가 승리한 132개 지역구에서 공명당 비례대표 지지표를 자민당 후보 득표에서 빼 입헌민주당 후보 득표에 더한 결과 66개 지역구에서 입헌민주당이 이길 수 있던 것으로 최근 추산하기도 했다.
다만 현 다카이치 내각은 당시 이시바 시게루 내각과는 달리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17∼18일 유권자 1천228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한 결과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7%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총선거에서 자민·유신회의 현 연립 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52%가 '그렇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35%에 그쳤다.
이에 비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중도' 가치를 내걸고 결성한 신당에 대해서는 '기대한다'는 응답률이 28%에 그쳤고 68%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아직 신당이 본격 출범하지 않아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신당 중도개혁 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본 정책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입헌민주당이 원전이나 자위권을 둘러싼 진보 성향의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려 중도층에 더 다가가는 방향이다.
◇ 제2야당은 독자 노선 유지…참정당은 세 확대 노려
그러나 신당의 확장성은 이미 한계도 보이고 있다.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은 갑작스러운 총선거는 비판하면서도 신당에는 합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도 국민민주당은 자민당과 협력하면서 근로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 등 자신들의 공약을 실현하며 인기를 늘려왔다.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이미 신당에 불참할 의사를 밝히면서 "정책에서 구체적으로 중도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지 신문은 "국민민주당은 독자 노선을 강화해 지지를 모으려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게다가 일부 입헌민주당 의원은 신당의 정책 방향에 반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라구치 가즈히로 중의원 의원은 신당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날 밝혔다.
작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극우 성향의 소규모 신생 정당 참정당은 이번 총선거에서 중의원 세력 확대도 노리고 있다.
적잖은 참정당 지지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 세력과 겹치는 만큼 참정당이 이번 총선거에서도 계속 탄력을 받으면 자민당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참정당은 이번에 160명가량의 후보를 내세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사카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연립여당 일본유신회는 80개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세울 계획인데 이 중 70곳은 집권 자민당과 경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자민당에 유신회는 공명당과는 달리 선거전 협력 측면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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