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유일 4년제 학부 한옥건축학과·대학원 석사과정 한옥학과 개설
알제리·베트남·필리핀 등에 한옥 수출…"고창캠퍼스를 한옥 바우하우스로"
(전주·고창=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팔작지붕을 두 개로 겹치면 외부에서 볼 때 위치마다 다 다르게 보이거든요. 저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해 이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죠."
태권브이건축사사무소 임채엽 건축사는 지난 15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연화정도서관의 설계 포인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덕진호와 덕진연못, 덕진공원의 한가운데 들어서 눈길을 사로잡는 연화정도서관은 'ㄱ'자 모양의 단층 한옥 건물로, 2022년 6월 개관했다.
전북대 전주캠퍼스와 인접한 이곳은 자연의 풍경과 잘 어우러지는 한옥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도서관 실내로 들어가니 높은 천장과 널찍한 통창, 나무의 은은한 향기가 책·조명과 완벽히 조화를 이룬 듯했다.
답답함 없이 자연광을 즐기고 연못 풍경을 감상하며 독서할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였다.
현대 건축을 하던 임 건축사가 한옥 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계기는 전북대가 국토교통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6개월간의 '한옥 설계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수료하면서다.
임 건축사는 "우리나라 한옥 최고 전문가인 교수님들과 대목장님들이 현장감 넘치는 강의를 했다"며 "운 좋게도 도서관 설계를 맡을 기회가 생겼고, 과정 수료로 형성된 인맥을 통해 막히는 부분마다 자문하고 지도받으며 설계를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전북대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4년제 학부인 한옥건축학과와 대학원 한옥학과(석사 과정)를 개설한 대학이다.
여기에다 5개의 직업과정(한옥설계전문인력양성·한옥기능인력양성·목조건축·가구디자인·인테리어디자인)과 취미과정(한옥캠프)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연화정도서관을 둘러본 직후 찾은 전북대 전주캠퍼스는 이런 한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명성에 걸맞은 한옥 특성화 대학의 면모가 곳곳에서 묻어났다.
전북대 전주캠퍼스는 한옥 정문, 한옥 강의실(심천학당), 한옥 카페(느티나무), 한옥사무소(헌혈의집), 한옥 국제컨벤션센터, 한옥 누각(문회루), 한옥 도서관(한승헌 도서관), 정자 5개 등 총 12개동의 한옥형 건물을 건립했다.
그 어느 대학보다도 전통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한국적 캠퍼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북대 남해경 한옥건축학과 명예교수는 "교육의 특성화도 필요하지만, 캠퍼스의 특성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나라에서 한옥 특성화 캠퍼스는 여기(전북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북대 이동헌 교학부총장은 "전북대 한옥 사업단은 한옥의 구조와 기술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교육 연구 실증을 통해 의미 있는 성과를 축적해왔다"면서 "최근에는 한옥을 해외로 확산시키며 'K-하우스'의 세계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한옥을 세계에 수출하는 대학은 전국에서 전북대뿐이다.
전북대는 지금까지 알제리, 베트남, 필리핀에 한옥을 수출했으며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에 한옥 수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발주처는 국가와 민간 등으로 다양하다.
다만, 지금처럼 전북대만 고군분투해서는 한옥의 세계화는 요원하다.
한옥이 단순히 전통을 보존하는 공간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먼저 자리를 잡아야만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잘 구현한 공간이 전북대 다음으로 방문한 전주 전주시 완산구 전주한옥산업관이었다.
전주시청은 교육·연구·산업·문화가 연결된 한옥 산업의 중심 허브이자 세계화의 출발점이라는 모티프를 바탕으로 전주한옥마을 내 옛 공예공방촌을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한옥산업관을 개관했다.
다만, '한옥의 세계화를 이끌 전진 기지'라는 원대한 목표에 견줘 협소한 규모와 부족한 예산은 한옥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맥락에서 국토교통부는 중장기적으로 한옥 건축 산업화를 위한 한옥 설계와 한옥 자재(부재) 제작·유통, 한옥 기술 전문 교육, 한옥 시공·유지·보수 등을 한 곳에서 제공하는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다음 달까지 수립할 '제3차 건축자산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 이런 내용 등을 한옥 건축 활성화 방안으로 담을 계획이다.
전북대는 고창캠퍼스를 한옥 건축 산학연 협력단지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전북대는 2012년 폐교 위기였던 폴리텍대학 고창캠퍼스를 인수해 전북대 고창캠퍼스로 재탄생시켰다.
현재 전북대 전주캠퍼스는 한옥 이론 교육을, 고창캠퍼스는 한옥 기술 인력 실습 교육·연수를 전담하고 있다.
16일 오전에 방문한 전북대 고창캠퍼스는 국내 최고 수준의 한옥 건축 실습장을 자랑했다.
양성 과정과 학생 수준별로 7개의 실습장을 체계적으로 마련했고, 한옥에 쓰인 옛 부·자재와 도구들을 전시한 한옥박물관도 갖췄다.
남 교수는 "전북대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직 부족하지만 고창캠퍼스를 건축 교육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한옥 바우하우스(Bauhaus)'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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