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소에 5개 업체 재고 10여년만에 최대"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 위스키, 코냑, 데킬라 등 증류주 시장이 빙하기를 맞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적인" 수준의 수요 감소로 재고가 불어나면서 위스키, 코냑, 데킬라 업체들이 증류소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격을 대폭 인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아지오, 페르노리카, 캄파리, 브라운포맨, 레미 쿠앵트로 등 주요 상장 주류업체 5곳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숙성(ageing) 증류주 재고는 총 220억달러(약 32조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10여년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FT는 전했다.
프랑스의 코냑 제조사인 레미 쿠앵트로의 경우 재고 규모가 18억유로(약 3조원) 상당으로, 연간 매출의 거의 두 배이자 시가총액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FT는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디아지오 역시 재고가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 회계연도 34%에서 2025년 43%로 증가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재고 규모가 86억달러어치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투자사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트레버 스털링은 재고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관련 정보를 공개한 기업들의 현재 재고 규모가 금융위기 여파로 재고가 쌓였을 때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이처럼 재고가 쌓이면서 업체 간 가격전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요 급증에 대응해 기업들이 생산을 급격히 늘리면서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FT는 짚었다.
애널리스트 스털링은 2021~22년 업계 전반이 수요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급등한 물가가 결국 업계를 현실로 되돌아오게 했다고 FT는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증류주 수요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고비, 오젬픽과 같은 비만치료제의 빠른 보급과 전반적인 건강·웰빙에 대한 관심 증가를 술 소비 감소의 배경으로 보기도 한다고 FT는 전했다.
일부 업체는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일본 산토리는 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짐 빔'의 주력 증류소를 최소 1년간 폐쇄했고 디아지오는 텍사스와 테네시주 시설에서 위스키 생산을 올여름까지 중단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먼디는 생산 축소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침체기에 재고를 줄이면 향후 수요를 충족시키려 할 때 큰 문제가 생긴다"며 지난 5년간 증류주 시장의 호황과 불황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앞서 FT는 '위스키의 본산'으로 통하는 스코틀랜드 양조업계가 1980년대 '위스키 호수'(whisky loch) 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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